나에 대한 기대

세월, 지혜

by young long

사람은 대동소이하다. 그게 대 명제는 아니다. 결국 대부분이 2m를 넘지 않는 키에 눈코입귀 손발 먹고 자고 싸고 등등 같은 걸 찾아서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정의하지만 알고 보면 많이 다르다. 그 다르다는 걸 다르게 만드는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부모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려서 우리 엄마를 비롯한 연세 많은 분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우와, 거의 신급의 사람들이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다 아는 것 같아 보였다. 그분들이 말로는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나 느낌으로 그런 것 같아 보였다.


어쩌면 나의 오판이었을 수 있다. 예전부터 내 남편이 되기 전 내 남편의 편지를 받고 혼자 엄청 많은 상상과 착각을 했었다. 날 어마어마하게 좋아하는 걸로. 그래서 그 착각으로 결혼을 해버리기까지 해 버렸었다. 그런 것처럼 연세 많은 어르신들을 그렇게 읽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정작 내가 그분들의 나이가 코앞에 있는데 별반 다를 게 없으니 그때 내 판단의 오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느끼는 건 놀랍게도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내 나이를 의심한다. 그러면서 지금 나이에 맞이하는 건 또 처음이지 않는가, 늘 뜨는 해 같지만 내일은 또 새로운 해가 뜨지 않는가, 그러므로 나의 오늘도 새로운 게 이상하다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결국 잘 모르는 일을 맞이할 때 내게 모든 해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누가 뭐라고 해서도 아니다. 내가 내 나이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 같다.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내게 "너의 매일은 같은 것 같지만 처음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중이다. 현명하지도 못한 내가 안쓰러운 걸까? 살다 보니 별 별 사람들이 다 있어서 당황하고 감당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모름지기 스스로를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예측불허의 사람과 경우가 나를 의심하도록 하는 것 같다.


더 많은 사람을 알고 싶지도 않다. 더 많은 오묘한 심리변화를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충분히 단순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감이 허락하는 범위의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주위의 예측불허의 행동에 적이 놀라워하며 부디 나를 잃지 않길 바란다. 단순하고 투명하고 우직하기까지 한 나를 잃지 않길 바란다.


우숩다. 누가 뭐라고 해도 결국 그대로일 게 뻔한데 별 단속을 다한다. 어떻게 변하라고 해도 잘 따라 하지도 못하면서 결국 미련 곤탱이일 거면서 별걱정을 다한다. 안타까운 건 가는 세월에 대한 기대를 놓을 수 없는 거다. 현명하고 지혜롭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오는 비 다 맞고 힘든 시간이 가끔 감당이 안돼 눈물 흘리면서 가능하면 비 오는 날 눈물이 비인척 하면서 원껏 흘렸었던 기억이 있다. 고작 그런 게 지혜였을까,, 시간 속에서 한낱 식물들도 철이 되면 익어가는데 수많은 세월 속에서 나는 그렇게 속절없이 늙어만 가고 바라는 바 대로 익어가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올해로 치면 초기다. 그래도 노력이라도 해보자. 더 완숙에 가까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 한 해가 가는 시기엔 조금 더 아름답고 성숙한 사람이 되어 갔음을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 그때도 처음이었다고 위안 삼지 않길 바란다. 나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솔직함도 필요하지만 성숙함을 확인하고 싶다. 뭐라도 해보자. 게으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