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노화

by young long

지금 이 시각 누군가는 잠을 내쫓아가며 공부를 하고 있는 이가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 드물게 잠을 내쫓으며 열공했던 체험담을 들려주시던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걸 따라 해보곤 했었다.

그땐 왜 그리 잠이 쏟아졌던지.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초저녁잠이 많고 잠을 자든 못 자든 아침 일찍 일어난다.

잠이 오는 초저녁에 잠을 못 자면 밤새 잠을 못 잔다.

어제도 잠을 못 이뤘다.


피곤하고 힘들지만 밤에 제때 잠을 이루기 위해 낮 시간에 바삐 움직였다.

텃밭에서 풀도 뽑고 등산도 하고 피곤하여 잠을 안 잘 수 없게 움직였다.

의도와 달리 오늘도 잠 못 이루고 이러고 있다.

내일을 걱정하며 잠을 청했지만 뜻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을 잘 자는 방법을 알아봐야 할 처지가 되었다.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다.

잠이 안 와서 잠을 청하기 위해 몸부림하는 날이 올 거라는 걸.

청춘엔 잠을 내쫓고 노년에는 잠을 청하고.


노년이라, 밭엘 들러 산엘 가기 위해 열심히 갔다.

킥보드를 타는 유치원생쯤 되는 어린 두 아이가 싱그럽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답례로 "안녕?" 했다.

빠른 걸음으로 가고 있는데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할머니 가는 길로 갈까?"라고 물었다.

'할머니?, 설마 나한테 할머니라고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 더 걷다가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제때 잠도 못 자는 게 아련히 노화의 현상이라고 짐작하면서도 그 어린 꼬마가 '할머니'라고 칭하는 걸 내가 아니길 바라고 그런다.


그 아이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가 나 일거라는 게 오해이길 바랐다.

텃밭에 가서 최근에 있었던 일이 오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을에 씨앗을 뿌려 한 뼘 크기로 곱게 키워 겨울 동안 망으로 덮어두었던 케일을 비가 온 후 햇볕이 곱게 비춰 그 망을 거둬 두었다. 다음날 가보니 줄기만 남기고 잎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분명히 고라니 짓이라고 단정 지었었다.

그런데 오늘 사과 껍질을 밭에 버렸더니 비둘기 떼가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

케일을 먹은 자가 고라니가 아니라 비둘기 떼일 거라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고라니가 먹었다면 줄기까지 먹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잠 못 이루는 데는 이런 시시껄렁한 생각과 내일 있을 회의 주제에 대한 걱정 이런저런 게 주범이다.

잠 못 이뤄서 귀는 벙벙거리는데 언제쯤 잠이 잡념을 이겨먹을까?

내 맘 같지 않은 육신이 어렵다.

계속 늙어 갈 텐데 잠 못 이루는 시간이 더욱 심화될까 걱정이다.

늙어가는 걸 너무 빨리 인정해 버리는 게 문제일까?

아직 충분히 젊은데.

내일 보다 오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