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삶
누군가가 그랬다. 고생 총량의 법칙이란 게 있다고.
사주 풀이를 하면 어김없이 초년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난 늘 그랬다. 어느 집이나 안 힘든 집 있겠냐고,
다 말하지 않았을 뿐 힘들었을 것이라고.
별별일들이 있었고 힘든 적도 많았었다.
그래도 당연히 참아야 하는 줄 알았었고 홀로 뒤꼍에 가서 눈물 흘리고 말았다.
유난히 감수성이 남달라서 해가 뜨는 과정
물안개가 넘실대는 모습
벼사이의 거미줄에 맺힌 은구슬 같은 이슬방울들
뒷동산에 핀 진달래꽃들
그리고 유난히 많은 마당 위 하늘에 쏟아질듯한 별들
시도 때도 없이 소리 높여 울어대는 개구리소리
논둑을 오가며 캔 봄나물
집 앞에 흐르는 강에서 잡은 다슬기
그 속에서 살면서 성장했던 게 힘듦을 이겨먹었다.
사람들이 초 분 시간 날 계절 연도 구분해 놓고 살면서
얼마나 많은 유무형의 사건사고들이 많았겠는가
아무리 투명인간이라는 소리를 듣고 산다 한들
쓴 약삼키듯 꿀꺽 삼키면서 사는 시간들이 없었겠나
졸졸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저들도 스스로 정화되는데
살다 보면 잊힐 날도 있지 않겠나 생각하며 한 발작 앞으로 내딛곤 했다.
긴긴 시간을 살면서 내 몸 여기저기 눈으로 확인되는 흉터가 있듯이
마음속에 흉터 하나 없이 산 사람 있을까 싶다.
긴 겨울을 뚫고 생살을 찢고 나오듯 새순이 돋는다.
꽃피는 춘삼월엔 꽃이 피도록 그냥 가만히 있자.
삼월인데 내게도 따순 햇볕이 비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