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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Sep 09. 2021

좀 다른 직장

직장, 인간관계

 내가 경험한 직장은 두 가지 유형이었는데 좀 많이 다른 직장이다. 처음 다닌 직장은 한번 입사하면 퇴직할 때까지 다니는 직장이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일정기간이 되면 이동해야 하는 직장이다. 한 곳에 계속 머무르는 직장과 일정기간이 되면 이동하는 직장은 많이 다르다. 직장 생활하면 뭐니 뭐니 해도 핵심이 인간관계다. 그 인간관계가 완전히 다르다. 한 곳에 계속 다녀야 하는 직장은 단적으로 못된 동료를 만나면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친해지려고 해야 한다. 그에 반해 이동이 가능한 직장은 굳이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이동하면 해결된다.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삶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두 가지 유형을 경험해봐서 직장생활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없고 어떻게 보면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다.


  어떤 유형의 직장이 더 낫냐고 묻는다면 이동 안 하는 직장이 낫다고 얼른 대답할 것이다. 이동하는 직장은 그렇지 않은 직장에 비해서 인간미가 아니 직장 동료애가 일 할도 안된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희로애락이 적절한 비율로 어우러진 첫 번째 직장은 그립고 직장 동료분들이 보고 싶다. 출출할 간식타임에는 사다리도 한 번씩 타고 야유회나 그럴 때면 신나는 운동회 후 귀갓길에 질펀한 회식까지 참 사람 사는 맛이 났던 직장생활이었다. 거기에 직장 대표가 좀 센 분이면 동료애는 극에 달하게 되어 있다. 부서 단위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부서원들끼리 똘똘 뭉쳐서 업무를 처리할 때면 또 얼마나 멋진 하모니가 이루어지던지 참 그땐 살맛 나는 직장생활이었던 것 같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못해도 절반인데 기계도 아닌데 사람이 어찌 기계처럼 살아야 하는가 말이다. 이동하는 직장은 사람에 비유하자면 머리와 뼈만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적절히 살도 좀 있고 뜨거운 심장도 있고 해야 사람이지 않겠는가? 각자 본인의 할 일만 충실히 하면 되는 곳,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살기 위한 보수가 생기는 곳, 간간히 일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도 있기는 하다. 어쩌면 지금 직장만 다녔더라면 직장이란 곳은 이런 거구나 그렇게 알고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곳에서 느끼는 그런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버렸다. 인간미가 폴폴 나는 직장에서의 생활이 어쩌면  진정한 직장생활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의 관계가 손가락 사이로 술술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은 관계라면 아무리 직장이라도 좀 생각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혹자는 뭘 그렇게 바라는 게 많냐고 할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일 열심히 하면 됐지 뭘 더 바라냐고 할 수도 있다. 한번 사는 인생 그렇게 삭막하게 살아야 하나 싶고 기왕 사는 거 일도 열심히 하고 직장 동료들과 서로 위하고 따뜻하게 지내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싶다. 이동할 때 이동한다하더라도 조그마한 땅덩이 안일 텐데 조금 더 진하게 모래 말고 찰흙처럼 살자는 바람이다. 어쩌면 나 말고 누군가도 나처럼 동료애 물씬 풍기는 직장생활을 바라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동할 때 이동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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