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쇄물은 혼자 만들 수 없다

by 휘파람휘

이번 주도 화요일, 목요일의 브런치 글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토요일인 오늘, 조용히 노트북을 펼쳤다.

어제는 회사의 신제품 벽지 견본이 나왔다.
나는 제조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
그중에서도 ‘인쇄’는 내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인쇄 얘기를 시작하면 길어진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이라는 작업이 결과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 정도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60%는 인쇄소 기장님의 실력 50%,

디자이너의 인쇄 감리 역량 10쯤.


현장에서 디자이너가 감리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내가 요즘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색이 탁하지 않게,

산뜻하고 맑게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핑크라도 디자인할 때

CMYK 중 Cyan을 조금 섞어주면
조금 더 세련되고 차분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인쇄에 들어가면 Cyan은 탁함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색을 조정할 땐 이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산뜻한 컬러를 만들고 싶다면,

Cyan을 잘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컬러를 만들더라도
CMYK 값 전체를 높게 잡아 조정하는 것보다는
네 가지 중 한두 가지 컬러만 조절하는 게 훨씬 안정적이다. 예를 들어 웜 그레이 컬러를 만든다고 치자.

C 40, M 50, Y 40, K 50 처럼 모든 수치를 높게 잡으면 인쇄 감리 시 조정을 해도 변화 폭이 너무 크다.

반면 C 0, M 30, Y 10, K 70처럼 특정 값만 키우면

색감 조정 폭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런 부분도

인쇄 감리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된 노하우다.


하지만 더 까다로운 건 인쇄 이후의 후가공이다.
특히 라미네이팅에서 컬러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유광 라미네이팅은 옐로우 베이스가 살짝 올라와서
따뜻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무광 라미네이팅. 이건 정말 예민하다.

무광 라미네이팅은 열을 가해 종이에 비닐을

코팅하는 방식인데, 온도가 높으면 컬러가 누래지면서 푸르게 변한다. 온도를 낮추면 컬러는 괜찮지만
접착력이 약해져서 비닐이 제대로 붙지 않는다.

이 미세한 온도 조정 하나로 결과물이 달라진다.


그래서 감리를 나갈 때면 인쇄업체와 후가공업체까지 조율할 게 많다. 라미 후 컬러 변화를 감안해 미리 컬러를 조정해 디자인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디자인만 하면 되잖아.”


하지만 정말 좋은 결과물을 위해선

화면 밖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것들을 디자이너는 알아야 한다. 오늘의 기록은,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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