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씽킹을 지나 팀 리더십까지
그때도 알면 좋았을 것을.
지금의 내가, 그 시절의 나에게 말해줄 수 있다면
“너는 참 운이 좋았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운이 좋게도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유학을 다녀왔고,
운이 좋게도 미숙한 20대 후반의 나이에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나름의 최선을 다해 디자인 씽킹이라는 과목을 강의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세상을 넓게 보았다고 착각했지만,
결국 경험의 깊이는 얕았고, 지금의 내가 보기엔 그저 피식 웃음이 날 뿐이다.
그때 내가 강의했던 디자인 씽킹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을 주제로 한 수업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드로잉을 새롭게 시도하고, 입체구조물을 만들며 실험적 접근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수업은 학생들에게만 의미 있었던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묻고 답하게 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지금 한 회사의 디자인팀 팀장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내게 요구되는 것 역시 그때와 다르지 않다.
"새로운 시각을 보여달라"는 것.
젊을 땐 급진적인 것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안다.
회의에 급진적인 디자인을 가져가면 채택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익숙한 것 위에 ‘한 방울’의 실험만이 허용된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의 ‘디자인적 설득’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나는 디자인을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한다.
디자인은 시각적 설득의 언어다.
“이게 좋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보다, 이미 ‘좋아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팀 내부에서도 추상적인 표현 대신,
기준과 언어를 명확히 정의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다른 시각적 기준과 감각을 가지고 있기에,
예전엔 "예뻐 보인다", "감각적이다"라는 말들이 오해를 낳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 우리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작업자의 스타일과는 별개로, 기준은 통일된다.
프로세스에 기반해 효율적으로 협업한다.
자료 전달, 일정 공유, 피드백 모두는 이 기준 위에서 이루어진다.
팀장의 취향은 최소한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이 최우선이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단지 예쁜 것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
실험은 브랜드 언어 안에서, 자유는 기준 안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팀 전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의 디자인 씽킹 수업은 어쩌면
지금 내가 팀원들과 나누는 리더십의 방식으로 이어져왔다.
그건 단순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을 디자인하는 방법이었다.
브랜드의 목적과 정체성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
디자이너는 ‘예쁜 것’보다 ‘왜 필요한가’를 묻는 솔루션 제안자다.
소비자와 대리점의 시선에서 쉽고 빠르게 이해되는 디자인을 만든다.
감각이 아닌 기준으로 일한다.
실험은 브랜드 언어 안에서, 자유는 공통의 룰 안에서 이뤄진다.
빠른 일정 공유와 명확한 피드백으로 협업 효율을 높인다.
팀장은 취향을 내려놓고, 팀은 함께 성장하는 방향을 택한다.
이것이 지금의 나, 그리고 우리 팀이 디자인 씽킹을 현실에 뿌리내리는 방식이다.
‘디자인을 통해 일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자란다’는 믿음을 잊지 않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