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뷔에서 배운 여유 1편
올해는 휴가를 늦게 가기로 했다. 해외도, 바다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저 혼자서 조용히 쉬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옴뷔’였다. 국내에서 혼자 여행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숙박만 예약해두고, 일부러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었다.
출발 전날까지 예민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맞는 휴가라 그런지 잠도 설치고 마음이 불안정했다. 아침을 가볍게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전날 챙겨둔 짐을 들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쯤 달리자 평창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가까워서 놀랐다.
예전 같았으면 곧바로 택시를 탔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느긋하게 가고 싶었다. 그래서 버스를 탔다. 할머니들의 수다를 배경음처럼 들으며 천천히 이동했다.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방 안에 들어서니, 인터넷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숙소는 조용했고, 창문을 열어두니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바닥에 누웠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전날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순간이었다.
잠에서 깨어 산책을 나갔다. 숙소 근처에는 잘 가꿔진 소나무 숲이 있었다. 고요한 공기를 마시며 걸으니 문득 옛날 캠브리지에서 산책하던 공원이 떠올랐다. 그때 느꼈던 고요와 비슷한 기쁨이 밀려왔다. 그렇게 긴장과 예민함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저녁은 채식으로 준비된 식사였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 오히려 인상 깊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창문을 열어두고 책을 펼쳤다. 그곳에는 와이파이도, 냉장고도, TV도 없었다.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어본 걸까.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기쁨이 분명히 있었다.
이번 휴가의 목적은 오롯이 쉼이었다. 누구와 함께 와도 좋겠지만, 이번만큼은 혼자여야 했다. 그래야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의 여유가 채워졌다. 덕분에 내 안에 다시 공간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분기마다 한 번쯤은 다시 와야겠다고, 자연스럽게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