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옴뷔에서 배운 여유 2편

by 휘파람휘

옴뷔에서의 첫날 밤, 창문을 열어두고 책을 펼쳤다. 휴가 전날 교보문고에서 무심코 집어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별 기대 없이 가져온 책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울림을 주었다.


책 속에는 인간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허무의 선언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말은 오히려 나에게 힘을 주었다. 무언가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압박보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해도 괜찮다는 자유. 그 자유가 휴가의 고요한 공기 속에서 천천히 스며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몸을 깨우는 움직임이 나쁘진 않았지만, 오히려 밖에서 혼자 걷는 시간이 더 깊은 명상이 되었다. 월정사까지 이어진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새를 보고, 다람쥐에 정신을 빼앗기고, 한참을 멈춰 서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늘 시야가 좁아져 있었는데, 숲길의 트임은 그 자체로 해방이었다.


법당에 들러 가볍게 참배한 뒤 찻집 테라스에 앉았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는데, 어느새 한 시간 반이 흘러 있었다. 평소에는 카페에서 늘 커피를 들고 서둘러 나오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시간이 달리 흐르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책의 한 구절이 다시 떠올랐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기에, 실패해도 괜찮고,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 마음에는 이렇게 남아 있었다. 그 말은 더 이상 허무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삶을 더 가볍게,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으로 다가왔다.


이번 휴가는 혼자만의 쉼이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삶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기에, 나는 더 자유롭다. 그리고 그 자유 속에서 내가 선택하는 삶에 더욱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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