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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궁무진화 Apr 09. 2023

한달 뒤 신입은 형편없음이 낱낱이 밝혀졌다.

4월의 9번째 하루

입사한지 한달이 돼가자 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화면연출 외 카메라웍, 조명레퍼런스 등을 찾는 스크립트 고도화 작업과 광고주에게 보고할 디자인 보고문건 초벌 만들기, 녹음용 애니메틱 프로젝트 편집과 자막달기, 유사 장면 조명 레퍼런스 찾기 등 회사일에 하나하나 발을 담궜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정말 내 실력은 형편이 없음을 깨달았다.



분명 스크립트 작업을 할 땐 내 아이디어가 괜찮아보였지만,

조명연출 및 탐색 능력 등에서 월등히 직무 이해도가 떨어지고

손이 느림을 자각했다.


그리고 사수의 메세지가 도착했다.

메세지는 방대했다. 내가 저지른 5가지의 실수를 부드러운 말로 꼬집어주셨다.


참 내 자신이 부끄럽고 이것밖에 못하는 내 자신이 화가 났다.

도대체 업무시간에 나는 무얼 한걸까.

내가 작업한 것들은 다시한번 사수의 손을 거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핵심을 전달하지 못하고 정보를 펼쳐놓은 문서의 조잡함, 요청한 프레임을 놓친 부족한 정신머리, 최신화되지 못해 사수가 일일이 고친 풀콘티,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작업해 잘못된 크기로 배치된 캐릭터 비율표 등 내가 몇 주간 작업한 모든 업무가 문제였다.


'신입이니까' 란 말은 정답이 될 수 없다. 경력자들로 가득찬 이곳에 하나부터 보다듬어줄 인큐베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화면의 한 페이지를 꽉 채운 사수의 '부드러운' 개인 메세지 조언은 '마지막 경고'로 읽혔다. 부디 경솔하게 넘기지 마라는 그의 묵직한 행간 속 메세지를 꺼내 읽은 나의 업무평점은 5점 만점의 1점에 족하다.



며칠이 흘러 감정을 추스린 뒤 해야할 일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의지만으론 부족하다는 게 나의 경험이 낳은 인사이트다.

그래서 넓은 업무 책상을 여러 가이드라인 메모로 하나씩 채워가는 것이 목표다.


포스트잇에 들어갈 가이드라인 메모

잠깐) 프레임 및 화면크기 픽스했어?
기존 자료 믿지 말기 : 최신화된 정보로 다시 만들기
자막은 컷기준으로 넣는다.
<단톡방> <구글챗> 기준 최신화 데일리 업뎃하기!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런 점들을 체크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한달치라도 쌓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그런 데이터를 감사히 사용해야 할 행동만 남았다.


그러니 부디 가장 큰 하늘이 내 뒤에 있기를 바라며 다음 티징 프로젝트 회부를 시작한다.


퇴근 뒤 터덜터덜 보던 벚꽃도 이제보니 감정의 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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