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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궁무진화 Apr 13. 2023

후회하기 싫어서
퇴근 후 헬스장을 다녀왔습니다.

4월의 열두 번째 하루

4시간 넘게 이어진 녹음 스크립터 작업에 녹초가 되어 귀가했다.

터덜터덜 버거킹에서 와퍼주니어 2개를 먹고 바로 운동을 가겠다는

호기로운 마음은 귀가하자마자 바로 매트릭스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대로 누워 내일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찰나, 내가 적었던 글이 생각났다. 

야근을 해도 운동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과거의 나의 글.

정말 행복했나, 곱씹어보는 사이 그렇게라도 땀을 흘리며 하루에 나를 새겨놔야

하루 속 나를 잃어 버리지 않는다는 과거의 내 잠언이 툭툭 진리의 공명을 일으켰다.


만약 그 잠언을 부정한다면?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지만,

결과는 예상 그대로일 것이다. 분명 후회할 것이다.

자신만큼 스스로를 잘 아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수년 간 스스로 쌓아온 잠언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열 아홉살 적, 스스로의 잠언을 부정한 결과 이십대 초반을 후회와 죄책의 시간에 갇혀 지냈다.

그리고 그때 각인된 참회의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내 삶의 지침이자 행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후회할 여지를 남기지 말자
그때 좀 더 잘할 걸이란 생각을 추호도 들지 않게 하자.
상쾌하게 땀을 흘리자
하루 중 내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내자
스스로의 잠언을 세우고 지켜가자


그래서 오늘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헬스장으로 몸뚱이를 보냈다.

'그래, 오늘은 그냥 간단하게 40%정도만 하고 오자.'


하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40%를 위해 예열한 몸뚱이는 매몰비용이 아까워 80%의 운동량을 채우게 된다는 결과를 말이다.

나는 나 스스로를 속이는 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무섭지만 효과적인 잠언을 또 하나 세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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