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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궁무진화 Apr 16. 2023

오만은 거대한 실수를,
패기는 새로운 도전을 일으켰다.

실수와 도전으로 점철된 4월의 셋째 주

다이나믹한 한 주가 지나갔다.


참 어떻게 일주일이 지나간 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업무를 마치고 돌아와 운동과 준비로 하루를 마치다 보면, 매일 한 줄 씩이라도 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매일 하루는 제 것입니다>는 이것저것에 쫓겨 일주일의 끝자락에서 한 주를 마무리하고 다음을 대비하는 정신의 마일스톤으로 변모했다.


그럼에도, 하루업무와 인사이트를 적은 노션정리하며 한 주를 복기하는 '나만의 일요일 저녁 소일거리'는 광활한 망망대해 위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특히나 이번주는 신입이기에 저지를법한 실수와 도전으로 점철되었기에 하루하루를 다시금 풀어보고자 한다.


제가 싼 똥은 제가 깔끔히 치우고 가겠습니다 : 4월의 11번째 하루


감독님은 한 달 남짓 회사생활에 적응한 신입을 테스트하고자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셨다.

새로운 브랜드콘텐츠를 광고할 10초가량의 VAC(구독전환) 광고 영상을 제작하라고 지시하셨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 문서와 기획안을 전달하셨다. 그 문서에는 예시장면과 더불어 제작팀이 제작하고 감독님이 픽스한 '카피' 들어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팠던 신입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을 입증하겠단 각오로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신입은 제일 중요한 점을 간과했는데, 바로 문서 속 어구를 너무나도 직독직해한 것이다. 문서 속 예시를 신입은 정말 단순한 예시로 간주했다. 일주일 동안 영상 및 카피를 신입 혼자 새롭게 제작하고 이를 자랑스럽게도 연출팀 단톡방에 올리며 모든 팀원에게 결과물을 공개했다.


곁에서 듣진 못했지만, 아마도 감독님을 포함한 우리 팀원들은 한숨을 푹 내쉬었을 것이다. 제작팀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카피와 감독님이 픽스한 비디오 소스를 무시한 채 직접 카피를 쓰고 여러 버전의 영상 소스를 편집해 만든 티징 영상은 그야말로 참사 중에 대참사였기 때문이다. 자랑스럽게 빚은 '똥'을 단톡챗에 올리고 난 뒤 감독님의 당혹스러운 말줄임표 이후 감독님은 직접 신입의 자리로 찾아오셨다. 그리곤 정말 정성스레 하나씩 구체적으로 가이드를 재차 짚었다.


화끈거리고 찌릿한 목덜미로 수치스러움이 몰려왔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법, 지금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잘못된 걸 최대한 빨리 고쳐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은 퇴근시간대를 배려해 하나의 버전만을 지시했다. 그러나 난 나 자신을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오늘 안에 원하는 결과물을 최소 2개 정도는 만들어내겠단 마인드로 달렸다. 대신 이번엔 꼭 정해진 길로만 가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화끈거리는 목덜미 뒤로 꽂힐 시선보다 앞만 보고 달리는 현재 상황해결이 더 급급했다. 그렇게 2시간 뒤 감독님의 퇴근시간대에 맞춰 버전 1을 보냈고, 1시간 정도 연장근무를 하며 버전 2를 전송하며 화재는 진압됐다. 그리고 몇 분 뒤, 감독님 개인톡이 왔다. 잘했다고, 힘조절 잘했다는 격려가 왔다.


사실 격려보다 직접 낸 불을 잘 껐다는 의미로 읽혔다. 의욕이 앞서 지시한 결과로 불이 붙었지만, 그래도 방조하기보다 저녁에 혼자 화재진압을 한 점은 높게 친다고 말이다. 감독님의 지적같은 격려에 신입은 앞으로는 정해진 카피와 문서, 가이드를 다신 간과하지 않겠다는 반성의 메시지를 보냈고 조금 늦은 그의 하루는 비로소 퇴근과 운동으로 막을 내렸다.




감독님 얼굴로 발렌시아가 화보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 4월의 13번째 하루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회사에 잠깐동안 평화가 찾아왔다. 거래처에 스크립트와 애니메틱을 보내고 난 뒤 그들로부터 작업물을 받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평화에 이제껏 미뤄두었던 문서작업 및 보고문서 작성 요령 터득하기를 두어 시간 진행했지만 그럼에도 퇴근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까지 어떤 일을 할까?

이 질문에 문득, 며칠 전에 시청한 발렌시아가 밈 제작 튜토리얼 영상이 떠올랐다. 최근 AI툴을 이용해 밈를 만드는 시대가 도래했거니와 이제 막 회사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mid jourey도 숙달할 겸 직접 가이드를 따라 하나의 새로운 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감독님도 AI툴과 밈에 관심을 갖고 영상을 연출단톡챗에 공유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재밌는 상상도 시작됐다. '아예 우리 감독님을 주인공으로 밈을 만들어봐?'


신입은 이상하고도 신선한 아이디어에 꽂혀 내달리기 시작했다.

구글링을 통해 감독님의 사진과 음성 파일을 다운받은 뒤, chatGPT를 활용해 mid jourey 프롭 명령어를 작성했다. 그리곤 발렌시아가 화보 제작을 위해 프롭명령어와 감독님의 사진을 mid jourey에 입력해 AI가 그려낸 새롭고도 충격적인 화보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후 elevenlabs를 통해 감독님의 목소리로 TTS를 만들어 새로운 대사를 만들고 말과 이미지를 합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D-ID 툴을 활용해 살아 움직이는 화보 영상을 완성시켰다.


무시무시한 프로젝트는 꿈에도 모른 채 녹음실에서 복귀한 감독님께 신입은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감독님 잠시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그렇게 내달리던 신입은 메시지를 보내고 난 뒤에야 걱정이 밀려왔다. '만약 극대노하시면 어떡하지?' 하지만 신입은 쏟아부은 정성이 아까워서라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문도 모르는 감독님께 본인이 주인공이 된 발렌시아가 밈 영상을 보여드렸다.


감독님은 주저앉으셨다. 그리곤 숨이 넘어갈 듯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히 감독님은 대만족 하시는 모양이었다. 그리곤 업무를 하나 더 주셨다. CD님의 화보도 만들어달라는 업무셨다. 결과는 대만족, 재미와 숙달로 시작한 일이 새로운 업무가 되어 돌아왔다. 나의 도전이 개선장군이 되어 귀향한 느낌이었다. 4월 14번째 하루의 업무로 CD님의 발렌시아가 화보영상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점점 AI 툴을 다루는 노하우를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감독님과 CD님의 발렌시아가 화보영상 제작을 성공리에 마치고 오후반차를 즐기는 찰나, 회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내가 만든 작품이 업로드되었다. 우리 회사 막내에게 일을 안 줬더니 이런 걸 만들어냈다는 글과 함께 말이다. 다행히도, 글의 행간에서 웃음이 느껴졌다. 입사 후 처음으로 내가 한 일이 인정받은 성취를 느꼈다.



여러 일이 지나간 4월의 셋째 주를 통해 매우 값지고 뜻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부서 간 이루어지는 워크프로세스의 흐름과 이에 대한 권위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었고, 아직 때묻지 않은 신입이기에 시도할 수 있는 도전을 행할 수 있었다. 사실, 팀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준 실수 정말로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또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혼자  가며 큰 위험을 감수하는 건 쓸데없이 스스로 시간을 죽이는 일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부끄럽다는 건 그만큼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것 아닐까

나의 밑천이 솔직하게 드러날 때, 비로소 발전이 있다는 걸 운동을 통해 깨달은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결국 업무도 똑같은 연장선 상에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현실적 수준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이후를 생각할 때 발전이 시작되는 걸 이번 업무경험을 통해 체감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따끈하고 심장뛰는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 보여주는 일을 서슴지 않는 것이 신입이 가진 장점이자 무기라는 걸 발렌시아가 밈 작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번 작업을 통해 감독님의 성향과 내 성향이 크게 다르지 않고 밈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매우 유사함을 체감했기에 이번 경험은 앞으로의 프로젝트 진행방향에 참고할 중요한 이정표 되었다.

 


이렇게 신입은 신입이기에 저지를 법한 실수와 도전으로 새로운 인사이트 메모우게 됐다.

- 내가 싸지른 똥은 내가 책임지고 그날 깔끔히 쓸고 닦아 고쳐놓기
- 회사가 만든 프로세스와 감독님의 가이드를 철저히 존중하고 그 안에서 내 것을 만들기
- 픽스된 카피와 지정된 감독님의 소스를 생동감 있게 살려내는 것이 내 업무임을 상기하기
- 부끄러우면, 바로바로 고쳐서 불 끌 궁리부터 하기
- 새로운 아이디어 구현과 새로운 툴 숙달은 신입의 힘!
- 밈 활용에 있어 적극적으로 내 능력 발휘하기
한주 간, 겨우 만회했단 생각과 그래도 내 몫을 다했단 생각이 교차하는 숨 가쁜 여정을 보냈다.


▼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마주하고 적은 한 편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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