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감독은 감독 옆연출 테이블에서 화면과 상황을 파악하다 카메라 세팅 및 앵글, 모델, 아트의 상태,
주요 연출에 대한 직접 실행, 다음 촬영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내야만 감독은 촬영을 순탄하게,
계획한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조감독은 피디와 제작팀을 철저하게 부려야 했다.
촬영장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과 수많은 스텝들이 존재했다.
고로 조감독은 이 사람들을 이용해 촬영을 조율해야 했다.
이번 촬영장에는 스텝들과 겹치는 업무영역에서 나 자신의 롤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딜레이가 되고 어느 덧 밤이 되자, 누가 내 영역을 침범했고
나는 어떤 롤을 가져다 수행하고 있는지, 내가 어디까지 내려와 업무를 수행중인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조감독은 감독의 아이디어를 실시간으로 수행하는, [움직이는 브레인]이다.
고로 촬영의 손발이 되는 제작팀과 그들의 사령탑 피디에게 오더 및 부탁을 계속해서 전달해야 한다.
조감독 자신의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연출테이블에서 통신 및 육성으로 다른 이들을 부려감독과 제작팀 간의 생각과 행동을 동기화시켜야 한다. 사실상 촬영의 전반 상황을 계속해서 견지시켜주는 '소리치는 비버'와 다를바 없다.
이런 노하우나 아이디어가 없이 촬영장에 들어갈 경우, 부려야할 사람에게 오더를 받고 제작팀과 같은 일을 수행하게 된다.그럴수록 감독은 고독해지고, 직접 움직이게 되며, 촬영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된다.
1) 촬영 전, 누구보다 모든 촬영콘티를 정확하게 섭렵하고 있을 것
이번 촬영은 조감독의 역할을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었던 중요한 시간이었다. 아무리 서포트 세컨드 역할이라지만 조감독은 우선 촬영날 전 모든 촬영 콘티에 대한 배우, 아트, 연출, 촬영장소 등 누구보다 완벽한 이해를 가지고 촬영장에 들어서야 했다. 그래야만 촬영날 당일 세팅은 물론, 다음 촬영에 필요한 아트 및 배우세팅에 차질 없는 준비와 제작팀, 피디에 대한 정확한 오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 촬영 당일, 스텝과 피디를 이용해 촬영장 밖을 조율하고 연출테이블 안팎에서 촬영세팅에 매진할 것
또한 촬영 전 배우보다 먼저 화면앵글을 잡아보고 직접 연출 행동을 해보며 카메라 세팅에 가이드를 준 다음 배우에게 모션을 인계 후 감독에게 슛 준비를 보고하는 과정을 수행해야 했다. 이때 필요한 소품 전달 및 준비는 제작팀에게 요청하고 배우 세팅 및 촬영장 이동은 피디에게 요청하여 조감독은 촬영장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고 촬영을 조율 및 준비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이런 정확한 조감독의 롤을 인지하지 못했기에, 이번 촬영에서는 오히려 업무욕심이 많은 피디에게 부림을 당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준비와 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큰 목소리와 발 빠른 현장 컨트롤이 가능하다.
다음 촬영에 대해 정확히 모르거나, 촬영장에서 자신의 롤을 견지하지 못하면 조감독은 결국 '관조자'로 붕뜨게 된다.
이 경우 자연스레 소극적인 자세로 한 스텝 뒤로 물러나 촬영장을 겉돌게 되는데, 결코 유쾌하지 않거니와 겉돌수록 감독의 업무는 가중이 된다. 점점 촬영 세팅은 느려지고 연출 포인트 또한 놓칠 가능성이 높아져 결국 촬영이 딜레이된다. 그렇기에 조감독은 감독보다도 더 깊게 작품에 진심으로 베어 들어있어야 한다.
그래서 글을 적었다. 후회로 새긴 오늘의 징비록을 통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