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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산메아리

by 연필로쓴다

살을 빼고 싶은 한 남자와 살을 찌우고 싶은 한 남자가 보문산에서 만났다.

이른 아침의 신선한 바람이 피곤함을 날리고 상쾌함을 전달해 준다. 서로 산을 오르는 이유는 다르지만 그렇게 한참을 함께 걷는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쉬는 날 아침엔 늦잠을 자주는 게 열심히 일 한 피곤한 나의 몸에 대한 예의인 거 같지만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을 오르는 것도 마음 한편에 뿌듯함이 있다.

보문산메아리는 그냥 우리끼리 만든 비공식 사내 산악회 이름이다. 올해 초 최군과 김군이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보문산 등산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다. 나도 평소에 등산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한 번 같이 가자고 얘기한 게 오래전인데 이제야 한 번 참석하게 되었다.

보문산은 봄의 여신님과 결혼 전 연애할 때 종종 밤에 야경을 보러 오긴 했는데 아침에 일찍 오는 건 오래간만인 것 같다. 오랜만에 아침 일찍 보문산에 올라 대전시내를 내려다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이른 아침의 보문산, 깜깜한 밤의 보문산, 계절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보문산 각각의 매력이 다 다른 듯하다.

정상인 시루봉까지 천천히 올라가도 2시간 남짓 걸려서 등산이라고 하기엔 좀 쑥스러운 간단한 산보가 더 맞는 말인 듯 하지만 그래도 휴무 날 아침을 늦잠 자지 않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좋은 취미 활동입니다. 등산을 하면서 회사 이야기, 사는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마지막으로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일정을 마무리한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함께했지만 기존 멤버인 두 사람은 덩치에 맞지 않게 카페를 좋아한다. 둘 다 100kg가 넘는 거구인데 100kg가 넘는 남자 둘이서 카페에서 에그 베네딕트에 커피를 마시는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보리밥 집에서 보리밥에 막걸리 먹고 갈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에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고 해서 매우 당황했다.


오랜만에 등산을 하니 힘은 조금 들었지만 기분이 상쾌하고 좋다. 등산을 하는 이유는 서로 달랐지만 상쾌한 기분은 똑같이 느낀 것 같다.


올라갈 땐 힘들어도 부지런히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올라와 있고 걷다가 힘들면 물도 한잔 마시면서 쉬었다가 가고 그렇게 다치지 않고 천천히 내려오면 되는 거겠지 뭐~~

요즘 날씨가 아주 좋다. 꽃도 많이 피었고 조금 덥기도 하지만 등산하기 좋은 날이네요. 내일은 우리 함께 걸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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