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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일탈이 되다

방황의 가치21_2009년 10월 11일

by 오랜

작년까지 문예창작과 학생이었던 나의 일상은 소재를 찾고, 인물을 창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소설이든 시나리오든 써나가는 것이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그 모든 것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일탈이 된다.


늦은 오전에 일어나서 밥을 챙겨 먹고 출근해서 온종일을 아이들을 만난다. 수학, 국어, 사회, 과학. 비록 초등학생 과정이지만 이 네 과목을 돌려가면서 하다 보면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그 것이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을 의미하는 신호다.


집으로 돌아온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밤에서 새벽으로 가는 몇 시간 정도. 그렇게 한 자 한 자 써나가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즐거워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매일 확인해 나간다. 그리고 그 시간이 목표에 다다르는 과정이리라.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이 생활을 아주 오래하게 되는 것이다. 늘 마음을 다잡는다. 나의 본업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그러나 꿈의 바깥에 머무는 이 시간이 나를 후회의 길로 가게 하는 길은 아닐까. 두려움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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