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가치 28_2010년 8월 30일
친척 열 명 정도가 펜션에서 하룻밤, 먹고 자는데만 70만원을 넘게 썼다. 대중없이 산 음식들이 남아돌아 나누어 들고 가기 위해 트렁크 가득 짐을 싣고 사촌의 차를 얻어타고 집으로 갔다.
그 차는 사촌 소유가 아닌 그의 아버지 것이었다. 가는 길 사촌은 일요일임에도 쉬지 않는 부모의 일터인 가게로 향했다. 사촌의 어머니가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사촌은 그 모습이 안쓰러워 그만 가게 문을 닫고 집에 가자 재촉했지만, 어머니는 집에 있으나 여기 있으나 같다며 마다했다. 어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나의 사촌, 그녀의 자식이 나이 들어 어느덧 철이 들었구나 속으로 감격스러워 하는 듯 했다.
사촌은 어머니를 혼자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오래 손을 잡고 서있었다. 사촌은 자립할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였다. 그러니 더욱 미안한 감정이 들었으리라.
그 광경을 본 나는 스스로를 돌아봤다. 나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평생을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한 부모가 마련한 집에서, 부모가 주는 밥을 먹으며, 부모가 요금을 내는 휴대폰을 쓰며 살고 있다. 꿈을 위해 일을 줄이고 일주일의 태반을 습작에 매진하고 있다.
아무리 부모가 자식을 버티게 해주는 기둥이라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에서 삼시세끼 밥 먹는 것이 큰일이던 시절 태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힘겹게 일어섰을 그들을 생각하면 내가 받는 모든 것이 참 과분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