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월호를 보다

목포여행 에세이1_ 2021년 4월, 목포 여행의 시작

by 오랜
KakaoTalk_20210502_095827782.jpg

꽃피는 4월, 언제부턴가 해마다 슬픈 봄이다. 얼굴은 모르지만 생각이 나는 희생자들이 많다. 그중 30대에 처음으로 본 눈 앞의 비극이 특히나 강렬하다.


20대 초반에 48년 4.3사건을 접했을 때도, 더 어린시절 언젠가 60년 4.19항쟁을 접했을 때도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훨씬 많은 수의 어쩌면 훨씬 더 잔인했을지 모를 그 사건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 나는 어쩔 수 없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침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가라 앉는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은 나를 침착하게 만들지 못했다. 누군가는 살려내겠지 막연한 생각에 며칠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러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누군가 살아 있을 리 없다 싶어진 순간에는 그래도 '에어포켓'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신앙처럼 믿으며 또 버텼다. 결국 단 한 명도 살리지 못했다. 변할 수 없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두 가지의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하나, 왜 우리는 아무도 구하지 못했나? 라는 질문.

또 하나, 나는 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나, 더 늦기 전에 뭔가 할 수는 없었나, 라는 후회.


그것은 30대 성인이 된 내가 느낀 첫 무력감이다. 어른이 되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라는 자각이기도 했다.





2021년 여전함이 나를 목포로 이끌었다. 조만간 또다시 거치장소를 옮긴다는 기사를 보았다. 옮기기 전에 세월호를 보아야 할 것만 같았다. 오랜 지인이 함께 가자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여자의 목포여행이다.


서울에서 목표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KTX 등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과 고속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나는 후자를 택했다. 지인은 하루 일찍 움직여 보성 여행을 하고 목포에서 만나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신항만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내심 걱정했던 것은 목포항이 그래도 꽤 클 것인데, 거기서 세월호를 어떻게 찾느냐하는 것이다. 그러나 큰 문제는 없었다. 세월호 거치장소를 기사에게 말하지 않았음에도 멀리서 부터 보이는 노란 현수막들과 노란 리본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나부끼는 노란 리본이 수많은 사람이 다녀갔다는의미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나만 잊지 못하고 사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세월호로 인해 절망했던 이유 중엔 누구도 구하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더불어 그 사건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행동 때문이기도 했다. 세상의 이기심과 차가움에 대한 자각.


나는 사진을 통해서 근육이 사라진 항상한 유민이 아버지의 다리를 보며 먹고 있음에 죄스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즈음 한쪽에서는 폭식 시위를 했다.

치킨이며 피자 같은 것을 시켜서 먹어대는 시위(?) 퍼포먼스(?)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절망했다. 부모가 죽은 자식을 구해달라며, 이렇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달라면서 밥을 굶는 현장에 나아가 조롱하듯 폭식을 하는 사람들과 한 나라 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절망했다. 그리고 세상이 이렇게 되어가고 있음에 완전히 무너졌다.






나중에서야 그들이 어떤 이들로 부터 돈을 받고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돈을 준 이들의 존재에 화가 났으나 그래도 조롱이 진심은 아니었겠다 싶어서 안도했다. 차라리 그 편이 위로가 되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KakaoTalk_20210502_101337539 - 복사본.jpg


세월호 옆엔 여전히 시신 조차 찾지 못한 이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둘로 나뉘어 싸우는 그 난리통에 우리는 어쩌면 이들을 인간다운 죽음으로 인도할 골든타임마저 놓쳐버렸을지 모른다.






KakaoTalk_20210502_101336812.jpg

정해진 입구를 통해 신항만 안으로 들어갔다.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상황이라 체온 체크와 손소독은 필수다. 멀리 녹이 쓴 커다란 배가 보였다. 단번에 세월호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KakaoTalk_20210502_101336396.jpg


2014년 4월 26일날 긴 시간 뉴스에 나왔던 배의 선미 부분만 빼고 누렇게 녹이 쓸어 있었다. 저 선미에 어쩌면 에어포켓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해 매일밤 뉴스에서 떠들고, 나또한 그 사실을 애써 믿으며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해내길 바라던 시간이 스쳐지나갔다.


잠시 동안 세월호를 바라보고 서있는데 거대한 것이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의 무거움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잠시 그 자리에 있다가 잊지 않겠다고 쓴 노란 리본을 배 앞에 묶어두고 발걸음을 돌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