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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 Dec 02. 2021

인간 관계와 신뢰 관계

방황의 가치 47_ 2021.11.21

인간관계가 신뢰 관계와 이음동의어라는 사실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람 때문에 종종 번뇌가 밀려온다. 믿었던 이를 믿지 못할 이로 다시 써야 할 때 특히 그렇다. 평생 몇 번이나 다시 쓰기를 반복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듯 반복되다 보면 자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가 꺼려진다.

     

지금 한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정리 중인 그     


곰곰이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와 나는 그저 비즈니스였다. 나는 돈을 내고 그의 수업을 들었고, 그는 돈의 대가로 나에게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그 다음도 비즈니스다, 협업과 공동작업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향해 나아갔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턴가 그는 나와의 비즈니스적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수업을 끝내고 협업과 공동작업을 하면서 특히 그랬다. 그가 지킨 약속은 한 두 가지. 지키지 않은 약속은 나머지 전부다. 반면 나는 그와의 약속을 모두 지켰다.      


그는 내가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그로선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처럼 들릴 테니까. 하지만 견딜 수 없는 부분은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내가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약속이 비즈니스의 유일한 계약 조항임에도 지키지 않은 사람이 더 당당한 이유를 나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런 그를 정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이 이르렀다. 업계의 선배이고, 여전히 남은 계약(약속)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끈 하나 정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1년여를 끌어온 결과 그 모든 것이 나의 어리석은 결벽이고,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인간관계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가 믿지 못할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에게 가장 고마운 부분이다. 그와 관련된 일 때문에 휘둘렸던 지난 시간마저 모두 정리하려 한다. 더 이상 그로 인해 나를 소모하지 않겠다.          





시작되려 하는 그     


그는 모습과 형태를 바꿔가며 티 나게 나의 생활에 발들 들여놓는다. 어디까지 다가오게 둬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의 의도와 진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지만, 근거 없이 부턱대고 의심하기만 하는 나의 태도가 적절한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결국 어떤 것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선택을 하기로 한다. 그의 의도가 무엇이든 절대 상처받지 않겠다는 듯이.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작스레 호감을 표해오는 사람을 경계하게 되었다. 낯선 이에게 갑자기 끌리는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 또한 조심스럽다. 정말로 신뢰 관계와 인간관계가 이음동의어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를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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