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5 _ 철학 입문자의 NOTE
십여년 작가 지망생으로 글을 써오면서 습작만큼이나 질기게 해왔던 것이 무식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작가와 무식이 정반대에 방향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해야 할 것들이 늘 쌓여 있었고, 그 중에서도 하지 못해서 먼지가 앉는 케케묵은 것들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철학 공부다.
‘문학은 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는 답을 알아야 하다. 답은 철학 속에 있다.’
대학시절 한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스치듯 하셨던 말씀. 내가 작가가 되고자 마음 먹은 후 가장 먼저 이 말을 떠올렸다. 나는 작가가 알아야 한다는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철학 공부를 시작했었다. 본격적으로 습작을 하기도 전, 20대 중반이었다.
당시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그때의 나는 열심히 하면 대부분 어느 정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겁이 없었다. 철학 공부도 그렇게 겁 없이 시작했다. 계기가 생기는 대로, 끌리는 대로 아무거나 읽어 나갔다. 그러다 보면 다른 분야는 어느 정도는 섭렵하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철학은 달랐다. 어떤 책은 너무 어려워 의미를 알 수가 없었고, 어떤 책은 쉽게 읽히지만 흥미가 없었다. 고민스러웠다. 철학 속의 답은 내게 너무나 먼 것 같았다. 그래서 위의 교수님과 다른 교수님께 상황을 털어놓았다. 교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굳이 너에게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하는 어려운 책을 반드시 읽어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단다. 작가의 독서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어쩌면 그것이 내게 핑계가 되어주었던 것 같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철학 공부를 포기했다. 그러나 글을 써나가는 동안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철학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철학은 하지 못해서 마음 한켠 불편하지만 도저히 손이 가지 않는 방학 숙제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후, 올해 초, 아니 사실 그 이전부터 2022년까지 스스로 기대하는 변화가 없다면 글쓰기를 위주로 하는 이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다. 기대하는 변화란 이런 것이다. 지금까지는 글쓰기를 위주로 하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내 스스로 애써왔다. 그것을 위해서 희생한 것들이 많다. 보편적 사회생활, 내 나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정도의 통장 잔고. 내년엔 나 스스로 애써서 이 생활을 유지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이 생활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외부에서 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건 타의가 아니라면 나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 그리고 취하겠다, 보편적 사회생활과 더 나은 통장 잔고 같은 내가 놓친 것들을.
미뤄두었던 오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철학을 배우는 시간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의 2023년은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나는 글쓰기 위주의 생활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는 내가 선택한 삶에 책임지기 위해서 조금 더 나아가 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