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가 뭔가요?

20220715_철학 입문자의 NOTE

by 오랜

“도(道)가 뭔가요?”


지난 봄, 이정우 <개념- 뿌리들> 강독 수업 때 내가 물었다. 이 책은 철학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개념들의 뿌리부터 근대의 역사까지를 다루고 있다. 그 중 동북아철학, 쉽게 말해 동양철학 부분에 계속해서 도니, 리(理)니, 기(氣)니하는 개념들이 나온다. 암만 읽어봐도 의미가 선명하게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그즈음 대부분의 책 내용이 선명하게는 들어오지 않을 때다.) 특히나 ‘도’가 유난히 반복되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 던진 질문이다.


나의 이 질문에 선생님은 약간 당황하신 듯 보였다. 우선 동북아 철학 부분은 수업 때 다루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워낙 범위의 큰 질문이라 그러셨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당황하신듯한 선생님의 표정에 나는 “답변이 길다면 그냥 다음 시간에 해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그러고 그냥 넘어가도 무방하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그럼 다음 시간에 제가 도에 대해서 조금 정리를 해드리죠.”라고 하셨다.


다음 시간, 약 40여분 간 도에 대해 정리해주셨다. 그럼에도 사실 그 의미가 선명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다만 철학적 개념의 정리라는 것이 저런 방식일 수 있구나, 배웠을 뿐이다. 선생님은 자신의 설명이 충분했는지 물으셨다. 두 시간의 수업 중 40여분을 투자한 그 설명을 듣고 어떻게 충분치 않았다고 대답하겠는가? 그렇게 도에 관한 내 질문은 헤프닝으로 지나갔다.





요즘 <개념-뿌리들> 저자이신 이정우 선생님께서 본인이 직접 쓰신 철학사책으로 하는 수업을 듣고 있다. (사실 이제 이번 분기 마지막 강의만 남은 상황이다) 철학의 역사 수업이나, 이미 고대나 중세의 역사는 다룬 후라 근대 동북아 철학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수업 중 선생님께서 도에 관해 언급하셨다. 동북아 철학은 한마디로 “도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그제야 <개념-뿌리들>에 도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것을 찾는 것이 목표이니 자꾸 나온 것이다!


근대 동북아 철학의 한 갈래로 ‘기학’이 있다. 기(氣)와 기(器)로 모든 것을 개념화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이번에 처음 배웠다. 기학 부분을 읽으면서 의문이 생겼다. 분명 선생님께서 동북아 철학은 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책의 내용을 읽는 동안 기를 통해 도를 찾는 것이 아니라 오직 기만이 남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근대 철학이 거부했다는 중세적 형이상학이 혹시 도인가? 근대 철학은 도를 거부한 것인가? 나의 이 질문에 선생님께서 답하셨다.


“도(道)를 찾는 것은 항구적인 겁니다. 우리도 지금 도, 길을 찾아가고 있잖아요?”


道가 길을 뜻하는 한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 아니나, 그것이 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그렇게 단순화하기엔 철학책 속 내용은 더 복잡하고 관념적이다. 적어도 철학적 텍스트 속을 헤매는 입문자에겐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철학사책을 쓸 정도로 통달하신 선생님의 눈엔 그저 길로 보이나보다. 하긴 길이라는 단어도 보기보다 복잡한 함의를 담고 있긴 하다.





앞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철학을 시작하면서 글을 쓰는 동안 했던 여러 가지 생각과 나름의 결론이 철학자들의 규정과 닿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그러고 보면 그 생각들이 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지도 모른다. 그저 글을 잘 써보겠다는 목적만이 있었는데, 글이 내게 길이니 궁극적으로 그렇다.


길을 찾는 것은 항구적인 것인가?

그렇다면 평생 나는 길을 찾아 헤매려나 보다.



* 강의 내용 인용

[철학의 주요 개념들 - 철학입문]

(2022년 3월 7일~5월 23일 / 고양아람누리 문예아카데미 / 강사 : 장의준)

[세계철학사 대장정 : 경험적 주체와 선험적 주체(1)]

(2022년 6월 3일~7월18일 / 대안연구공동체 / 강사 :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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