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29_철학 입문자의 NOTE
[죽음: 철학적 질문들]의 10강의 주재는 ‘자살’이었다. 자살에 관해 합리성과 도덕성에 관한 논의가 주였는데, 수업의 전반부 자살의 합리성을 따져보다라는 부분에서 수강생 사이에 이견이 나오면 수업 중간에 약간의 토론이 벌어졌다. 격렬한 토론의 여파였는지 이후 도덕성 부분에서는 학생들의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사실 이에 관해 내 나름의 이견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자살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한다. 흔히 자살에 반대하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주장은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것, 두 번째 주장은 삶이 선물이기 때문에 그것을 잘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첫 번째 주장에 대해서 데이비드 흄이 반박을 했다.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인간을 창조한 신의 뜻이라면, 자실 또한 신의 뜻. 그러니 자살만이 선택적으로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것은 모순이다. 이는 기독교의 도덕에 대한 흄의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 두 번째 주장 또한 선물 받은 것을 어떻게 쓰는지는 받은 이의 자유인데, 감사히 여기라, 잘 간직하라 강제하는 것은 잘못이라 반박할 수 있다. (두번째에 대한 반박은 누가 한 반박인지 언급하지 않으셨으므로 강사님의 반박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논의에 대해서 사실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역시나 종교와 상극인 나의 가치관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삶이라는 것이 인간의 안에서 피어난 것이지 누가 준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운 나는 자살에 도덕성을 운운하는 시각 그 자체에 반감이 든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정을 어떤 사람이 하는가? 흔히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가진 경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질환들의 명칭이 자살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 의심이 생긴다. 나 또한 자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충동을 느꼈다기 보다는 미래에 어느 순간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이다. 내게 목표가 사라진 삶을 살게 된다면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나는 평생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다. 작가라는 꿈이 확고해지면서 난생처럼 ‘죽기 싫다’라는 생의 의지를 느꼈다. 그러니 그것의 부재가 자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생에 대한 의지(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부정적인 의지가 아닌)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명명된 질환이 아닌 보다 깊은 곳. 심연어딘가에서 반짝이던 생의 의지가 빛을 잃고, 진정한 어둠이 찾아오는 문제에 대해 도덕성을 운운하는 것이 참으로 낯설게 느껴진다.
더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흔히 “자살을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말한다.”는 이번 수업의 전제 자체가 내게는 낯설다. 아마도 자살하지 않은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에 관한 것인지도 모른다. 죽고 난 후 삶에 대한 심판을 받을 때 자살은 가장 큰 죄다, 뭐 이런 것? (역시나 종교적인 것이다!)
천상에 저승이 있고 정말로 저런 법이 있다면, 혹시나 목표가 사라진 삶을 살아가다가 마침내 의지라는 것이 꺾여서 내가 자살하게 된다면, 그래서 나에게 ‘중죄’ 판결을 내리는 저승의 판관을 만난다면, 나는 한 번쯤 대들어 보고 싶다.
당신이 인생을 살아보았냐고. 뭘 안다고 이따위 판결을 내리냐고.
*강의 인용
[죽음 : 철학적 질문들 - 10강]
(2022년 10월 24일 / 고양아람누리 문예아카데미 / 강사 : 장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