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딸기, 딸꾹이와 함께 살 때는
냥이의 특성을 잘 몰라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의 집사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냥이를 위한 수직공간!
우리 딸기, 딸꾹이는
수년간 캣타워 하나 없이 살았다.
그 당시엔
주변에 냥이 기르는 사람도 없었고
찾아볼 유튜브 선생님도 없었다.
나중에 어찌어찌 캣타워가 중요하단 걸 알게 되어
뒤늦게 캣타워를 마련해 주었다.
녀석들이 툭하면
냉장고 꼭대기에 올라가 앉는 이유를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
또 냥이는 개와 달리
분리불안 증세가 없는 줄 알았다.
딸기, 딸꾹이만 두고 며칠씩 집을 비워도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 녀석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우리가 없어도 둘이 같이 지냈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았다는 걸 몰랐다.
냥이에게도 분리불안 증세가 있다는 걸
알려준 건 딸랑이였다.
딸꾹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
우리집 냥이는 딸랑이 혼자였다.
아내는 딸기와 이별하고
곧이어 딸꾹이마저 떠나게 되자
매우 힘들어했다.
그나마 딸랑이의 천방지축
우다다에 잠시 슬픔을 잊곤 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다른 냥이를 더 입양해서
집안을 활기차게 만들고 싶었지만
아내는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지
차일피일 뒤로 미루기만 했다.
그러던 중
우리가 며칠 집을 비우는 일이 생겼다.
우리는 딸기, 딸꾹이 때와 같이
딸랑이에게 사료를 충분히 준비해 두고는
아무 염려 없이 집을 떠났다.
워낙 사람 손도 안 타고
독립적인 녀석이라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 돌아왔을 때
딸랑이가 이상했다.
녀석이 예전과 달리
무엇에 당황한 듯
정신을 빼놓은 듯
우왕좌왕하였다.
진정하지를 못했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부리나케 인터넷으로 이곳저곳 찾아보니
분리불안 증세 같았다.
고양이도 분리 불안이 있구나...
늘 새침하고 홀로 잘 있어서 몰랐는데
우리 딸랑이가 사람과 같이 있어야
안정을 느끼는 녀석이었구나...
딸랑이의 분리불안 증세를 알게 되자
우리는 전격적으로
새로운 냥이를 들이기로 했다.
이전의 딸꾹이, 딸랑이 합사 경험을 교훈삼아
신중하게 새 냥이를 선택하고
이후 입양 후 적응과정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기로 했다.
인근 유기묘 센터 홈페이지를 찾아
우리가 입양할 냥이를 골랐다.
아내는 한 치즈냥이를 입양하고 싶어했고
나는 한 고등어를 입양하고 싶었다.
서로 고른 고양이는 달랐지만
의논 끝에 치즈냥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유기묘 센타에서 두 분이 찾아오셨다.
점잖고 단정하셨다.
뜻이 맞는 몇몇 분이 자비로
유기묘 센터를 운영하신다고 하셨다.
비록 유기묘라 할지라도
입양하는 가정을 꼭 방문해서 확인한 후
분양하신단다.
참으로 대단하시다 생각했다.
그런데
두 분은 각각 하나의 케이지를 들고 계셨다.
어라?
한 분이 먼저 케이지를 열자
우리가 선택한 치즈냥이가 쪼르르 튀어 나왔다.
겁도 없이 당돌했다.
(지금의 딸콩이였다.)
다른 한분이 케이지를 열자
한 녀석이 더 있었다.
녀석은 무서운지 안쪽에 웅크리고 나오지 않았다.
살살 잡아 밖으로 내었다.
응??!!
내가 점찍었었던 고등어였다.
(지금의 딸님이였다.)
유기묘 센터에서 오신 분들이 말씀하셨다.
둘은 자매라고.
동생인 고등어가 언니인 치즈냥이를
너무 의지하고 따른다고.
오늘도 언니를 데리고 오려 하자
자꾸 따라오면서 떨어지려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데리고 왔다고.
둘 다 입양할 필요는 없다 덧붙이셨지만...
우리 부부는 어쩌지 싶었지만
이내 둘을 모두 입양하기로 했다.
둘이 똑 붙어 지내는 자매를
억지로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운명의 장난처럼
우리 부부가 마음으로 선택했던
딸콩이, 딸님이가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한 날 한 시에
우리 식구가 되었다.
녀석들과 한 식구로 살면서
둘을 같이 입양한 것은
너무나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둘은 붙어 있어도 너무 붙어있다.
Ctl+C, Ctl+V가 따로 없다.
그런 둘을 떼어놓았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리고 딸랑이도 딸콩이, 딸님이 덕에
이제는 우리가 집을 비워도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우리가 집에 있을 때를
훨씬더 좋아하지만
하나보다는 둘이
둘 보다는 셋이
더 좋다.
랑, 콩, 님 셋이서
서로 투닥이고 학습하며 성장한다.
서로의 존재때문에
캐릭터와 생활이 달라진다.
그래서 최근 집사가 된 형님 댁에도
계속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좋다고
강력 추천하고 있다.
형님은 조만간 셋째를 들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