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디엠, 잠시만 안녕" (1)

1부: 내가 페이스북이고 네가 리브라였던 그 시절의 이야기

by 베어베어스

2019년 10월 23일, 페이스북의 CEO로 알려진 마크 저커버그가 청문회에 얼굴을 드러냈다. 청문회는 페이스북이 추진했던 암호화폐인 리브라가 기존 통화 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이곳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기존 규제 내에서 어떻게든 리브라를 완성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2022년 1월 27일, 2년 사이 디엠으로 이름이 바뀐 리브라는 메타로 이름이 바뀐 페이스북을 떠나 실버게이트캐피털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메타가 과거 설립한 암호화폐 개발 컨소시엄인 디엠어소시에이션의 기술을 실버게이트캐피털에 2억 달러(약 2,400억 원)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메타의 암호화폐 사업 철수는 작년부터 예상되어 왔다. 21년 12월, 암호화폐 사업을 총괄했던 데이비드 마커스가 메타를 떠나기로 밝힌 이후부터이다. 당시 업계에서 추측했던 그의 퇴사 배경은 메타의 암호화폐 사업이 규제 당국의 반발에 부딪혀 답보 상태를 면치 못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업계의 추측대로 약 한 달 뒤 메타는 암호화폐 사업의 철수를 알렸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서 처음 이 내용을 접한 독자들은 이러한 궁금증이 들 것이다.

- 얘네는 회사 이름도 바꾸더니 암호화폐 이름도 리브라에서 디엠으로 바꿨네, 왜 바꾼 거지?

- 사용자가 많긴 해도 그냥 기업에서 코인 발행하는 건데 왜 이렇게 정부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 그냥 회사도 아니고 페이스북이 만들었던 코인인데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 이대로 물러나는 건가?


필자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된 메타와 디엠의 구구절절한 스토리를 통해 이 질문들에 답을 해보려 한다. 1부는 우리에게 익숙한 과거 페이스북과 리브라의 이야기. 2부는 리브라가 디엠으로 이름을 바꾼 이유와 그저 얼굴에 점찍듯이 이름만 바꾼 게 아닌 현재 디엠의 이야기. 3부는 메타로 돌아온 페이스북이 디엠과 잠시 헤어지지만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미래의 이야기이다.



1부: 세계를 묶는 하나의 통화, 리브라

2019년 6월, 이야기는 시작된다. 프로젝트 발표로 시작된 리브라는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수십 억 명의 사람들이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페이스북 앱에서 메시지를 공유하듯, 손쉽게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화폐로 기획되었다. 은행 없이도 앱을 통해 고객 간 송금, 물품 구매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전통적 금융 시스템 접근이 곤란한 금융 소외계층에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한 각 금융기관은 이들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달러 패권과 기존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을 정도로 리브라의 잠재력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당시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스타그램 등 페이스북 산하의 패밀리 앱들을 사용하는 유저는 대략 25억 명이었다. 2019년 전 세계 인구가 78억, 그중 인터넷 사용자수가 48억, 미국 인구수가 약 3억 명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이 정도 규모의 인원이라면 비록 페이스북의 생태계 내에서만 활용되더라도 그 위력이 어마어마함을 그들은 알았던 것이다. 당시 금융위원회에서 페이스북 사용자 24억 명이 자신의 은행 예금 중 10% 정도만 리브라로 대체하더라도 2조 달러를 초과한다는 분석 결과도 발표했을 정도로 영향력은 강력했다. 일단 페이스북 생태계로 자금이 유입되면 내부에서만 자금이 유통되기 때문에 은행을 통한 송금·예금·대출 수요를 감소시켜 은행의 수익 악화를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당시 페이스북은 리브라 협회를 구성해 페이스북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 27곳을 생태계에 포함시켰다. 생태계에는 비자, 마스터카드, 이베이, 페이팔 등 결제/통신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속해있었고, 페이스북의 생태계를 넘어 확장된 생태계에서 리브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25억 명의 페이스북 유저가 아니라 더 많은 유저들에게 활용될 화폐를 기획한 셈이다.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에 진심이었던 페이스북은 얼마 되지 않아 전자지갑을 운영하는 칼리브라(Calibra)를 설립했다. 칼리브라의 역할은 유저들이 리브라를 주고받고 저장할 수 있는 전자지갑을 개발하고, 해당 전자지갑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즉 칼리브라를 통해서는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금융 서비스와 운영 등의 실질적인 서비스 수행을 진행하며, 리브라 협회를 통해서는 블록체인 운영과 담보물 관리 등의 전반적인 관리 감독을 진행하는 형태였다.


페이스북의 행보는 계속되었다. 2020년 5월, 칼리브라는 노비(Novi)로 이름을 바꾸고 전자지갑을 개발해 독립적인 앱의 출시를 예고했다. 페이스북,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과도 연동이 가능한 노비는 텍스트 메시지나 사진을 보내는 것처럼 친구들에게 쉽고 빠르게 리브라를 보낼 수 있게 설계됐다. 송금 시에는 리브라 코인으로 보내지만, 수신 시에는 법정 화폐로 잔액을 보여주고 해외 송금 시에는 해당 국가의 법정 화폐로 보여주는 등 직관적인 이해를 높여 사용성을 극대화해 차별화된 전자지갑을 제공했다.


리브라의 구조 (출처: 금융위원회)


이러한 리브라의 기술적인 측면은 어떠했을까? 리브라는 여러 측면에서 기존 암호화폐가 가지고 있는 화폐로서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는데, ① 블록체인의 신뢰성을 향상하고자 노력하였고 ②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가격 변동성을 줄여 실제 암호화폐로서 운영하고자 하였으며 ③ 협회 운영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확장성을 확보했다.


① 블록체인의 신뢰성 + a

당시 블록체인 상에 저장되는 거래 기록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스마트 컨트랙트를 운영하면서 발생되는 몇 가지 이슈와 사고들에 대한 보완이 필요했을 뿐이다. 리브라는 이러한 이슈들을 보완해 무브(Move)라는 별도의 스마트 컨트랙트용 언어를 개발해 신뢰도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또 다른 보완점은 LibraBFT(Libra Byzantine Fault Tolerance) 합의 프로토콜을 구축한 부분이다. 이는 분산 원장의 고질적인 난제라고 볼 수 있는 비잔틴 장군 문제(Byzantine Generals Problem)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기본 전제는 참여한 노드의 3분의 2가 정상적인 노드(악의적인 목적이 없는 선량한 참여자)라는 부분인데, 리브라는 협회 회원사들에게 이러한 노드의 역할을 부여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②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 최소화

현재 비트코인 등 대부분의 코인이 화폐로서 활용하기 어려운 것은 가격 변동성이 기존 화폐들에 비해 현저하게 높기 때문이다. 천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이 다음날 일어났더니 800원으로 떨어져 있다면 사람들은 이를 화폐로 사용할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리브라는 스테이블 코인의 형태로 개발되며, 가격 변동성을 철저히 제한하고자 했다.


리브라를 변동성이 극히 적은 스테이블 코인 형태로 운영하기 위해 리브라 협회는 리저브(Reserve)라는 형태로 저유동성 자산을 담보로 가지게 했다. 리브라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목적의 리브라 리저브는 100% 지급준비 형태로 언제든지 실제 통화로 교환이 가능하게 준비했었다. 준비금은 예금이나 국채, 주요국 통화와 같이 변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주요국 통화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형태가 되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가진 변동성이 극히 적은 암호화폐로 운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③ 협회를 통한 확장성의 확보

암호화폐가 많은 사용자들에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형태의 확장성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화폐를 사용할 수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화폐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미의 확장성이다. 이미 페이스북은 전 세계 인구 3분의 1 규모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었으며, 나아가 리브라 협회를 통해 이러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었기에 첫 번째 의미의 확장성은 이미 해결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대규모로 거래가 일어나게 될 때 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의미의 확장성이다. 비트코인이 수많은 노드들 간의 합의로 인해 수 분에 한 번씩 블록을 생성하며, 이로 인해 확장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두 번째 의미의 확장성도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위해 리브라는 합의 시에 검증 노드(협회 구성원 노드대표 노드)를 선정해 의사결정을 이끌도록 하였다. 일부 노드만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대규모 거래 시에도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잘 설계된 리브라는 공개된 지 9개월 만에 디엠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리브라 2.0이라고 불리는 디엠의 백서에는 급진적인 혁신보다는 단계적인 진화를 취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세계를 묶는 하나의 통화"를 꿈꾸었던 페이스북은 그 꿈을 조금 바꾸게 되었는데, 이들이 꿈꾸었던 미래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2부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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