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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굴 Jul 23. 2024

이주에 찬성하세요? 반대하세요?

우리가 겪고 있는 착시현상, 이주현상과 다문화사회에 관심을 갖는 이유

    유튜브에 'Multiculturalism(다문화주의)', 혹은 'Multicurtural Society(다문화사회)'를 검색해 보면, 'What Multiculturalism Can Do For Everyone(다문화주의가 모두에게 해줄 수 있는 일)', 'Why Cultural Diversity Matters(문화적 다양성은 왜 중요한가)'와 같은 다문화주의에 우호적인 TED 스피치들이 나오다가, 조금만 내려보면 'How Multicurturalism Destroyed Sweden(다문화주의는 어떻게 스웨덴을 파괴했는가)', 'Multiculturalism is the elite's projcet of divide and rule(다문화주의는 사람들을 갈라치고 지배하기 위한 엘리트계층의 프로젝트)' 등의 부정적인 영상들이 나온다.


    보다 보면 머리가 혼란하다.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 인도주의적인 관점과 비이념적인 현상으로 바라볼 때는 다문화사회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다문화정책을 일찍이 시행해 온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선진국들이 앓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면 다문화사회가 우리나라가 감당은 가능한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이런 고뇌는 다문화사회를 공부하던 내게 많은 질문을 던지기도, 통찰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가 할 수 있어? 방향은 맞는 거야?'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도돌이표가 되기도 했다.


    올해 초 논란이 된 한국인 무슬림 유투버 '다우드 킴(Daud Kim)'을 기억하는가? 무려 구독자 550만 명을 보유한 대형 유투버인데, 구독자의 99%는 남아시아권 무슬림들이고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 이슬람 사원을 건립하겠다고 하자, 뉴스에 대서특필이 됐다. 반응은? 예상대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무슬림 여성 강간미수 논란, 인천에서의 종교시설 건립의 불법성 등이 나오며 최근에는 적어도 언론 매체에서는 사장된 듯하다.


    내가 이주와 다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있던 동기는  '이 사람 어떻게 생각해? 우리나라에 이슬람 사원이 들어와도 되는 거야?'라고 질문을 던졌다. 당시 이슬람에 대해 이해해 보겠다고 영문판 코란을 주야장천 읽고 있던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종교시설 짓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잖아.'라는 식의 반응을 들을 줄 알았나 보다. 하지만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지을 수는 있지, 근데 우리 동네라면..?' 솔직히,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꿈틀거리는 다문화현상의 단편적인 문제들만 바라보다 보면, 결국 위에서 언급했던 도돌이표의 연속이다.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이주에 찬성하세요? 반대하세요?'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주는 현상이다. 자연스러운 인간 이동의 흐름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선택이자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사회의 수요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정치인들과 국민들은 이주라는 현상의 현실을 바라보지 않고 이주라는 단어만 들으면 당위성부터 따진다. 그 결과? 이주에 대한 논의는 찬성 혹은 반대의 이분법적 이념적 논쟁에 빠져 fact가 들어갈 구석이 없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1980년 4만 여 명에 불과하던 한국 내 체류외국인 수는 2000년 49만여 명이 되며 12배가 늘어났고, 2023년 250만 여 명으로 40년 전보다 60배가 넘게 늘어났다. 전체 인구 중 4.8%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OECD에서는 전체 인구 대비 이주 배경 인구가 5%가 넘으면 '다인종다문화 국가'라고 보니, 정말 얼마 안 남았다.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이입을 현상 그대로 인식하고, 과학적으로 통찰해보아야 한다. 선진국 중에 이민정책에 성공한 나라는 없지만, 이민정책을 하지 않은 나라도 없다. 지금이라도 이민정책을 먼저 시행한 나라들의 실패사례를 분석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동시에 한국 사회 선주민들의 불안감도 챙기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나는 전문적으로 이민학(Migration Studies)을 공부한 사람도, 다문화정책을 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미래는 적극적인 이주민의 수용과 안정적인 다문화사회 정착에 있다고 굳게 믿는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유연하고 열린 국가라는 칭호를 우리나라가 선취하기를 바란다. 물론, 제목에서 던졌듯 누군가 나에게 '이주에 찬성하세요? 반대하세요?'라고 질문을 한다면 나의 대답은 여전히 'Yes'가 아니다. '질문이 잘못됐습니다!'라고 말해줄 것이다. 시장규제에 관한 논의에 시장철폐가 전제가 되지는 않듯, 이주에 관한 논의에 이주차단이 전제가 될 수는 없다.



이제 체계적인 출입국 이민정책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늦지 않았습니다. 애써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우리는 선진국들의 각기 다른 실패담을 분석해서 지름길로 갈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5년, 10년 뒤에는 외국인들의 자발적인 기여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그로 인해서 피해를 볼 수 있는 내국인들의 불안감도 꼼꼼히 챙기는 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게 우리나라가 되기를 정말 바랍니다.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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