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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Aug 23. 2022

모든 관계는 상처다

친한 사람 많아?


인간은 서로 뭉쳐서 살아야 생존에도 유리하고 만족감도 생기잖아. 생각을 해봐. 우리가 각자 산속에서 혼자 살면 어떻게 되겠니? 별거 아닌 동물들도 우리한테는 위협이 되겠지. 생산해 낼 수 있는 재화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외로워. 그래서 인간은 무조건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하나 봐. 그런데 그거, 엄청 피곤하지 않니? 관계라는 게 좋을 때는 무지 좋고 행복감을 충만하게 공급해 주는데. 관계 때문에 힘든 일도 많잖아. 오해, 미움, 억울함, 복수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많이 퍼다 주잖아.


태어날 때부터 그래. 자궁을 찢고 나온 우리는 상처를 통해 태어났잖아. 죽을 때는 어때. 주변에 슬픔을 안기고 가잖아. 처음부터 끝까지 관계는 무조건 상처야.


남녀 간 사랑을 예로 들어볼게. 예전에 ‘사랑의 목적’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이 있거든. 사랑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생각해낸 정답지가 두 갠데. ‘결혼’ 아니면 ‘이별’인 거지. 그 둘 중에 하나를 향해 가는 거잖아? 다른 게 있나? 그러면 모든 연인들은 결혼하려고 만나는가? 아니거든. 이별을 하려고.. 그것도 당연히 아니고. 그럼 도대체 왜 저렇게 죽고 못 사는가. 그들이 바라는 목표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야. 하나가 되고 싶은 거야. 이거면 그들의 행동이 설명이 좀 돼. 하나가 되고 싶어서 서로 막 볼을 비비고, 껴안고 난리를 부리는 거야. 서로 닮아가고, 내 몸같이 걱정하고, 보호하고, 그러잖아. 그게 하나가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나서 그런 거야. 그런데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게 가능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 그러니까 대안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거지. 반반씩 닮은 아이. 그게 가장 가능한 방법이야. 그렇게 하나 됨을 완성하는 거지.  


그런데 그 과정이 쉽지가 않아. 하나가 되는 과정은 고통과 상처의 연속인 거지. 나를 깎고 너를 다듬는 과정이 필요한 거야. 퍼즐 조각 맞추듯 끼워 넣어야 하는 거지. 나의 이런 모습을 상대에 맞게끔 깎아내고, 상대의 모습도 잘 설득해서 다듬어 주는 과정이 필요한 거야. 그게 참 어려워. 그것 때문에 많이들 싸우잖아. 그 과정을 묵묵히 잘 버틴 커플이 하나 됨에 성공하는 거야.


우리의 일반적인 관계도 마찬가지야. 상대 맞춰야 하는 거 말이야. 싫어도 웃어줘야 한다거나, 이상해도 참아야 한단 말이지. 근데 그게 어릴 때는 잘 되거든. 자아가 몰랑몰랑해서 변형이 잘 돼요. 근데 어른이 되면 뻣뻣해져서 잘 안돼. 그래서 점점 익숙한 사람들만 만나고 새로운 사람, 관계는 잘 안 하게 되는 거 같아. 대충 맞춰주는 것도 싫은 거야. 귀찮은 것도 있지만 관계가 주는 상처를 어른들은 이미 아는 거지.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 자아와 방어막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하면 무조건 스파크가 나게 되어 있어. 그게 시기와 정도는 차이는 다를  있어도, 분명히 상처는 난다는 거야. 그건 분명해. 좋아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또 누구니. 무서운 거니까 보이기만 해도 피하라거나, 그래도 꼭 필요하니 꾹 참고 견디자는 말 따위 안 하는 사람이잖아.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감안하고 만나라는 거야. 그리고 좀 나를 아껴서 쓰라는 거고.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면 돼? 안돼? 즐거움이나 쾌락 위주로 관계를 만들면 어떻게 되겠니? 그러니까 사람 가려서 만나라는 거야. 너무 여기저기 막 만나고 다니지 말고. 모든 관계가 다 상처다. 이것을 꼭 기억하고. 적당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관계를 맺자는 거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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