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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Aug 18. 2022

탈락?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자, 일단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잖아.


몇 년도에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한 인연은 아니잖아. 그런 거 같아. 세상만사가 우연 투성이야. 우주의 탄생? 우연히 뭔가 펑! 터지며 우주가 생겼어. 나의 탄생? 우연히 운 좋게 내가 난자에 들어간 거야. 죽음? 말해 뭐해 어느 날 우연히 가는 거야. 그러면 말이야. 진짜로 우리 삶과 세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이 우연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 우연이라면 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아니지. 확률을 높일 수 있지. 운동도 하고 좀 건강하게 살면 죽지 않을 확률을 높일 수 있잖아(뭐 그것도 많이는 아니지) 그리고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만날 확률을 높인다거나(뭐 결국 우연히 결정되겠지만) 하여튼 그 정도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래도 그게 어디야. 확률 제로보다는 확실히 낫잖아.


그게 왜 그런지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아서 그런 거 같아. 동일한 패턴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경우에는 예측이 되잖아 그러면 결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고. 그런데 거의 대부분 사건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가득해. 특히 사건에 인간이 끼면 변수 천지가 돼. 그 사람의 거대한 인생 자체가 통째로 변수로 작용하는 거지.


이런 거야. 회사 면접을 봤단 말이야. 붙을지 말지 몰라. 어쨌든 나는 면접 준비를 열심히 했어. 예상 질문들 연구하고, 모범답변을 만들어서 달달 외웠단 말이야. 그렇게 면접을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자, 여기서 어떤 변수가 작용되냐면 일단 경쟁자들. 나보다 더 잘한 놈, 못한 놈 있겠지? 그리고 또 면접관들. 그들의 그날 기분, 성향, 정치적 상황 뭐 이런 게 다 작용할 거라는 거지. 그것들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합격이냐 불합격이냐가 결정된다는 거야. 내가 엄청 노력하고 열심히 해도 합격이 안 될 수 있다. 이거야. 저런 변수들 때문에.


그럼에도 열심히 준비해야 돼? 안 해도 돼? 해야지. 겁나게 해야지. 왜? 확률! 그 몇 안 되는 확률 때문에 하는 거지. 그리고 결과는 뭐다? 우연히 결정된다 이거야. 그 확률이란 것은, 미미하지만 어떤 변수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확률이 쑥 올릴 수 있어. 그러니까 면접 준비 열심히 한 게 5% 라고 치고, 변수 중에서 나한테 유리한 변수가 있을 수 있잖아. 내 바로 직전 경쟁자가 다행히 면접을 망쳐줬다거나 하면 5% X 5% = 25%가 되는 거지. 그런데 노력을 안 하거나 면접 보러 안 갔다. 이러면 뭐야. 확률이 0% 이런 상태라면 어떤 변수를 곱해도 제로. 그래서 목표가 있다면 노력은 해야 돼. 무조건 그게 유리해. 그런데 결국 결과는 우연히 결정된다 이거야.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너무 자책하거나, 자존감 뜯어먹거나, 자기 비하하지 말라고. 최선을 다해서 확률을 많이 높인 건 맞는데. 복합적인 변수로 인해서 안될 수도 있어.


중요한 건 우리가 실력이 없었거나, 바보 같았거나, 실수를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결과는 우연히 결정되는 거라서 그렇다는 거야. 이 우주가 원래 그래.


그러니까 절대로 네 탓이 아닙니다. 열심히 안 해서도 아니고요. 툭 털고 일어나세요. 다시 확률 높이셔야지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변수가 우리한테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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