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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Nov 24. 2022

누구나 외롭다 언제나 고독하고 늘 쓸쓸하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엄마도 남자 친구도 그 어느 누구도 나의 외로움을 채워 줄 수 없다. 가끔 위로가 될 뿐이지 세상에 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그래,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하나뿐이다. 나는 한 개의 뇌를 가지고 있고 이것은 아무와도 공유할 수 없으며 오직 내 안에서, 나를 위해서만 작동한다. 그 누구도 나를 온전히 이해하거나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다만 언어와 감정을 통해 타인에게 표현할 수 있을 뿐인데 그것조차 어설프고 미숙한 사람은 더욱 나를 알릴 길이 없으며 능숙하고 요령 있게 전달한다 해도 내 진심의 일부만 타인에게 겨우 닿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하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도파민 분비가 계산된 콘텐츠들에 빠져 사느라 나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본다면 그곳에 외로움이 들어앉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로움은 늘 그곳에 있었다. 없었던 것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마음의 서랍장 밑에서 몇 번째 칸 정도에 원래 거기 있었으며 드디어 기회가 생겨서 발견된 것뿐이다. 그것을 우리는 온전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외로움을 인정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에 반하는 행위라 저항이 심할 수 있다. 그리고 욕구가 좌절된 인간은 불안해진다. 우울함이 몰려오고 초조해진다. 내가 오로지 나로서 홀로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외로움이고 우리는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외로웠다.  


자욱한 안개로 저기 저 먼 곳까지 뿌옇게 변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비가 올 것 같이 온 세상이 어둡고 회색빛으로 가득할 때, 우리는 고독감을 느낀다.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크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느껴지는 것. 그리고 나는 과연 이 존재의 무게를 버티고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것이 고독이다.


외로움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 무게를 인지하지 않고 살아간다. 우리의 뇌는 나 본연을 생각하기보다는 실시간으로 접수되는 외부 정보를 처리하느라 항상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요하게 온전히 나 하나만 보이는 날에, 우리는 그 무거운 중압감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어느 때보다 진지하며 깊게 우리는 내면의 무게를 느낀다. 고독은 마치 거울을 보고 내 얼굴 생김새를 알아내는 것과 같다. 내 마음을 알고 느끼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대로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특히 예술가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를 흔든다. 나무를 통과한 바람이 나에게 닿아 살짝 춥게 느껴진다. 그 차갑고 시린 느낌, 생각지도 못한 빈 공간으로 찬 공기가 들어와 나에게 전달될 때, 우리는 쓸쓸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스스로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다. 특히 나 혼자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무리를 만들고 외부 다른 종이나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발전시켜 왔고 계속 진화를 향해 달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사회는 도움과 해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때로는 나를 위협한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고 생각했건만 우리의 빈틈 사이로 찬 공기는 계속 유입이 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구멍을 메우고 철저하게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는 오만하다. 빈틈은 없다고 확신하며 닥치기 전까지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차디찬 기운을 느낄 때, 우리는 쓸쓸하다. 그리고 막을 수 없는 찬바람, 그 쓸쓸함은 언제나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외롭고 언제나 고독하며 항상 쓸쓸하다. 이것은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게 되는 과정이며 나를 들여다볼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나쳐 보낼 수는 있지만 없앨 수는 없는 것이고, 잠시 잊는 방법은 있지만 결국 마주해야 사실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모두 외로움과 고독감 그리고 쓸쓸함이 모두 존재한다. 그러니 억울해할 필요도 괴로울 필요도 없이 바다 위를 서핑하듯 감정 위에서 흐름을 타며 그저 살면 되는 것이다. 파도에 잡아먹히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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