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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Dec 21. 2022

누가 알려주는 거 말고 스스로 답을 낼 수 있어야지

도사님의 가르침 이후에 나는 2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일 빠지지 않고, 아니 며칠은 빠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회사에서 회식도 있고 가끔 여행도 가야 했기 때문에 전혀 빠짐없이 매일 글쓰기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매일 써야 한다는 결심은 늘 가슴에 품고 있다. 그래서 걸을 때도 그냥 무의식으로 걷지 않고 생각이란 걸 하며 걷는다. 느끼는 기분이나 눈에 보이는 사물들을 의식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가 떠오르는 글귀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아이폰을 꺼내서 메모장에 적는다. 예를 들면,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를 거꾸로 보면 인간의 신경계와 닮은 것 같다 그러면 잎은 근육쯤 되려나’와 같은 식이다.


자꾸 메모할 것을 생각하고 의식하는 것. 그렇게 작가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글을 쓸 때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쓰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쓴다. 에세이처럼 썼다가 어느 때는 그냥 소설같이 쓰기도 하고 일단 생각나는 대로 막 쓴다. 자, 정말 이렇게 2천 편을 쓰고 나면 나도 도사님처럼 될 수 있을까. 도사님처럼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든 글로 표현할 수 있고 묘사할 수 있고 비유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가 상상하는 그 무엇이든 스스로 창조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도사님에게 다른 가르침은 받지 못했다. 오직 매일, 쓰라, 2천 편 정도랄까. 무엇을, 어디서, 언제, 어떻게 같은 건 내가 다 알아서 해야 했다. 사실 그 편이 더 낫다고 본다. 카페에서 쓰라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써야 잘 써진다거나 이런 건 사실 사람마다 다 그 사정이 다르고 각자 스타일이 있는 것인데, 뭐 그런 것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내 경우는 진작에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던 중이라 아침에 쓰는 걸 좋아한다. 아침에 머리가 좀 가벼운 느낌이 들어 뭔가 딱 한 가지에 몰입하기 좋은 것 같다. 주변의 고요한 분위기도 한몫을 하겠지만,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그런지 잡생각이 덜 든다. 지금은 저녁시간이라 그 느낌을 잘 못 살리는 것 같은데, 내일 아침에 다시 읽어보고 아침 글쓰기의 느낌을 괄호 안에 적어 보겠다. 그러면 차이를 느낄 수 있으리(아침에 나는 한 장의 깨끗하고 하얀 도화지가 된다. 그 위에 뭔갈 그리거나 썼을 때, 그것들만 뚜렷이 잘 보이는 느낌이랄까.)


저녁 시간에 써놓은 글을 고치는 작업을 한 뒤에 글을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왜냐면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다시 읽었을 때 느낌이 또 다르기 때문이다. 추가할 것이나 삭제할 것들이 숙성 이후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좀 고친 것 같다 싶으면 브런치에 올린다. 일단 올린다. 나중에 수정하더라도 뭐, 여기서 더 해봤자 크게 차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단 올린다. 그렇게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글쓰기의 최대 관건은 역시 책상에 앉는 것, 즉 앉기까지의 노력이다. 게으름이 ‘친구야’ 하며 찾아오고 유혹이 나를 애타게 부른다. 특히 내 도파민은 자꾸 음식이나 술이나 짧은 영상을 갈구한다. 그것을 물리치고 책상에 앉아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는 것이란, 쉽지 않다. 이것은 강한 신념이나 동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나도 가끔, 아니 자주 도파민의 부름에 ‘네 저 여기 있어요’ 하며 날름 달려가버리곤 한다. 그게 참 문제다. 습관으로 만들면 된다고 누가 얘기하던데, 그래 그게 쉽지 않다고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뭐 어쩔 수 있나, 가끔 지더라도 때론 이기면 되는 법. 유혹이 거기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계속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환경을 조금 바꿔 보기로 했다. 집이 아닌 카페에서 글쓰기를 도전해 본다. 회사 주변에 벽을 등지고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많은 카페를 검색해 보고 몇 군데 정해서 방문을 해보았다. 결국은 검색에 나오지 않는 카페 앞에서 ‘어, 여기 한번 가볼까’ 하며 들어갔다가 사람도 별로 없고 2층에도 자리가 있어 주인 눈치도 덜 보이는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 캬 역시 인생은 생각지도 않는 곳에 기회가 있다. 어쨌든 카페에서 글쓰기로 1시간씩 놀다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다가 또 게을러지면 카페를 바꾸거나 공유 오피스 같이 새로운 장소를 찾으면 될 일.


그렇게 방법을 자꾸 만들어 가면 된다. 결국 사람이 무언가 익히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누가 알려주는 거 말고 스스로 답을 낼 수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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