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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Jan 09. 2023

중독과 집착은 결핍의 증거

“나만 그런가?”


“뭐가”


“퇴근할 때 삼겹살에 소주 마시고 싶지 않아?”


“점심 회식 했다며 배가 많이 부르다고 했잖아”


“그랬지, 배는 안 고파”


“그런데 웬 삼겹살이야”


“그 분위기 있잖아. 둥근 테이블에 앉아서 술에 취해서 막 껄껄대며 이야기하는 거 그런 거 하고 싶어”


“그렇지, 그 맛에 가는 거지”


“삼겹살은 맛보다 소리가 참 기가 막히잖아. 지이 하는 그 소리. 그게 참 힐링이야”


“그런데 사실 난 기름 때문에 별로”


“왜 퇴근할 때는 항상 그럴까, 술이 당기고 뭔가 먹고 싶을까?”


“글쎄, 나는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지. 회사 근처에서 뭘 먹고 싶진 않은데”


“역시 나만 그런가”


“근데 그런 사람 많아. 퇴근시간 다가오면 술약속 잡는 사람들로 회사 채팅창 불나”


“그렇지? 왜 그럴까”


“가장 노멀 한 대답은, 스트레스 풀기 뭐 이런 거 아닐까”


“긴장감 이완, 그거 아닌 거 같은데”


“그러면?”


“욕망은 결국 도파민 문제잖아. 고깃집 둥근 테이블로 가라고 유혹하는 게 도파민인데, 그게 어떤 욕구를 채우기 위한 거거든. 이를테면 배가 고프다 이러면 먹는 쪽으로 도파민이 발생할 거라는 거지. 먹어라, 저것을 먹어라, 그러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하면서 유혹하고 결국 먹게 하는 거야. 그런데 배가 안 고픈데도 먹으라고 유혹의 도파민을 뿌리는 이유는”


“뭔데”


“다른 채워지지 않는 욕구 때문에? 그러니까 땜빵이지”


“땜빵?”


“응, 대안으로 쓰는 거지. 그래서 사실 우리는 원래 채우고 싶은 욕망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돼”


“갑분 철학하네”


“이건 철학이 아니지, 생물학. 어쨌든 원래는 어떤 욕구를 채워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다른 쪽으로 비슷한 류의 욕망을 채우는 거지”


“무슨 말이야”


“예를 들면, 음 노총각이 있다 치자. 이성을 만나고 싶은데 그게 자기 의지로 되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 이성과 교제하고 싶은 욕구가 결핍이 생기고, 대안으로 다른 욕구를 채우게 되는 거지. 그런데 본래 채우고자 했던 욕구가 아니잖아? 그래서 비정상적으로 흘러. 그게 중독이나 집착이 되는 거 같아”


“음……”


“다시 돌아와서, 지금 내가 배가 부른데도 삼겹살에 소주가 먹고 싶은 이유는 뭔가 채워지지 않은 다른 욕구가 있다는 거야”


“그게 뭔데”


“그걸 잘 모르겠어. 퇴근할 때마다 그런 거 보면, 아마도 직장생활에서 내가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닐까 싶어”


“그래서 결국 스트레스 해소 이런 건 아니네”


“그렇지, 어떤 욕구가 좌절되어서 직장인들이 술을 그렇게나 퍼댄다, 이게 내 결론이야. 그 좌절된 욕구가 무엇인가 그건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어”


“그래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나는 저기서 버스 타”


“오케이 내일보아”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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