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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Jan 04. 2023

세상만사 모든 일은 내 머리 안에서 일어나지

“아! 드디어 발견”


문을 열고 들어오는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 김박사다.


“진짜야?”


김박사의 동료 박박사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응, 알아냈어. 역시 뇌 안에 있었어”


“증명은, 할 수 있겠어?”


“일단 실험에 성공하긴 했는데, 다시 될지는 모르겠네”


“보여줘 봐, 아니 일단 설명 먼저, 어떻게 한 거야?”


박박사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박사가 알아낸 것은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이른바, 타임머신이다.


“역시 뇌 안의 중력은 다르게 작용한다는 가설이 맞았어, 그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데, 약간의 약물과 훈련으로 가능하다는 걸 밝혀냈어. 아하하 기가 막히네 이거 정말”


“나도 좀 알려줘. 어떻게 하는 건데”


“일단 내가 개발한 약물을 먹고 명상에 들어가는 거야. 그러면 시제를 바꿀 수 있어”


그 약물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이 성인식에 사용하는 식물에서 추출한 것이다. 환각 증상을 유발하고 마약 성분까지 함유하고 있어서 사실은 실험용이라도 국내 반입은 불법이다. 김박사는 몰래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실험에서 성공하면 나중에 정식으로 승인을 받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냥 환각과는 다른가?”


“달라. 그래서 내가 증명을 위한 장치를 해뒀지. 과거에서 표시를 했고, 현재에서 확인을 했어”


“뭐야, 그러면 돌아간 과거와 지금의 현재가 이어져 있는 거야?”


“음, 자세하게는 몰라. 지금의 현재도 사실 여러 개의 프레임으로 존재하는 거니까 어떤 순간의 내가 표시를 했는지 몰라도 어쨌든 확인은 했어. 그 정도로 충분해”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하다니”


“너 명상 훈련은 지금 어느 정도 레벨까지 왔지?”


“아직이야”


“그래서 내가 성실하게 좀 하라고 했잖아”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지”


“시간의 문을 여는 건 약물이 해줄지 몰라도, 드라이브는 직접 해야 한다고”


“알아 알아, 나는 어차피 틀렸고,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 봐. 어떤 표시를 했고 어떻게 확인을 한 건데”


“일단, 약물을 투여하고 역시나 몽롱해지더라고, 정신을 잃을 뻔했지. 하지만 그동안 연마한 명상 기법으로 어지러운 정신을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텅 비우고, 천천히 내가 원하는 때의 모습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했지. 훈련하고 있으니까 잘 알 거잖아. 하나하나 미장센을 정확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풍경을 완벽하게 그려냈어”


“그랬더니?”


“어느 순간 신기한 일이 벌어져. 마치 영화관에서 멀리 있던 스크린이 갑자기 내 눈앞으로 쭈욱 빨려 들어오듯이, 내가 상상한 그 장면이 내 눈 바로 앞까지 다가오더니, 다시 뒤로 쭉 빠지면서…”


“빠지면서”


“내가 거기에 서있는 거야”


“와, 어땠어? 생생해?”


“생생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현실 그 자체였어”


“네가 그린 풍경 그대로?”


“아니,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까지 추가된 것 같아. 말 그대로 그냥 현실이었어”


“와, 신기하네”


“정말 신기했어. 이건 생생한 꿈이랑은 또 달라. 작은 부분까지 하나하나 디테일이 모두 나에게 전달되는 그런 느낌이야”


“그래서, 그다음은”


“일단 정신을 차리고 얼른 표시해둘 곳을 찾았지. 그것까지 모두 계산된 상태로 풍경을 그린 거니까. 바로 나무였어. 미리 정해둔 나무라서 단번에 찾을 수 있었지. 나무 겉껍질을 벗기고 거기에 표시를 했어”


“거기가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이지?”


“정확히 10년 전”


“위치는”


“이 건물 바로 앞”


“그래서 그 표시를 확인했어?”


“그랬다니까, 지금 거기서 오는 길이야”


“사진은, 찍었어?”


“당연하지 잠깐만”


들뜬 마음이 진정이 안 되는지, 어디 있더라를 연발하며 휴대폰을 찾는 김박사.


“아, 여기 있다. 이리 와봐, 보여줄게”


박박사는 김박사 곁으로 간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박사는 아마 인류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다. 김박사에게 처음 이 실험에 대해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허황된 공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뇌과학 전문가인 박박사 입장에서 들어도, 일단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했다. 하지만 그건 이론상일 뿐. 실제 가능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김박사가 걱정이 된 건지, 아니면 정말 과학자의 호기심이었는지 몰라도 어쨌든 박박사는 김박사 옆에서 한동안 같이 지내기로 한 것이다.   


“자, 여기 분명히 글씨가 보이지?”


박박사는 김박사의 휴대폰을 건네어받고 안경을 다시 고쳐 썼다.

눈을 가까이 대고 사진을 자세히 보았다.


진짜다. 분명히 글씨가 보인다.


그 사진 속 나무 표면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은 내 머리 안에서 일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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