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로 건넨 한 마디, 그리고 내가 미처 몰랐던 그들의 배려
피렌체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길.
기차 시간이 조금 남아 피렌체역 근처를 둘러보다 ‘Palel’A’ 라는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처음엔 그저 짧은 시간,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피로를 씻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 하나를 놓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카페에 들어서는 길, 우연히 한 외국인과 나란히 입장하게 되었고
그 사람은 영어로, 나는 이탈리아어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One espresso, please.”
“Uno caffè, per favore.”
아주 짧은 이 주문 방식의 차이가
상황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조금 뒤, 주문한 에스프레소가 나왔다.
그 외국인에겐 에스프레소만,
나에게는 에스프레소와 함께 물 한 잔이 함께 나왔다.
처음엔 그저 의아했다.
그런데 곧, 이전 카페들에서의 내 경험이 스쳐갔다.
“아… 나한텐 왜 항상 물을 안 줬을까.”
“혹시, 동양인이라서?”
한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던 내가
이 짧은 순간 덜컥 부끄러워졌다.
생각해보면,
그들은 물을 줄 때 ‘어떻게 생겼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마실 사람이냐’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커피를 내어주며
대부분 물을 남기고 가는 상황에 익숙해진 그들은
자연스럽게 현지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만 물을 주는 습관이 생겼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이탈리아어로 주문하자,
그들은 나를 이탈리아식 커피 문화를 아는 사람으로 여긴 것인것 같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전까지 내가 느꼈던 불편함과 섭섭함의 많은 부분이
나의 자격지심과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들은 내게 무례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메뉴를 건네고, 정중하게 응대해 주었던 사람들이었다.
Palel’A에서의 그 짧은 순간은
그저 한 잔의 에스프레소 때문이 아니라,
그 잔을 마시기까지의 생각과 감정들이 내 안에 남아
하나의 기억이 되었다.
나는 커피 한 잔과 함께
내 마음 속 묵은 생각 하나를 비워내고
다시 로마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