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과 에스프레소의 조화,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연결
여덟 번째로 찾은 카페는
로마의 성천사성 위쪽, 프라티(Prati) 지구의 오래된 동네 골목에 자리한
‘SciasciaCaffe1919’(샤샤1919).
무려 1919년에 문을 연 이 카페는,
오래된 만큼 단골도 많았고 공간 안엔 왁자지껄한 대화와 웃음이 가득했다.
이곳에서의 에스프레소는 조금 특별하다.
초콜릿 시럽을 잔 안에 먼저 붓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방식.
보통은 따로 나오는 초콜릿과 커피를
한 잔 안에 섞어 하나의 조화로 만드는,
이 카페만의 독특한 시그니처 메뉴다.
한 모금 마셨을 땐
에스프레소의 쌉쌀함 위로
은은하게 녹아드는 초콜릿의 부드러움이 스르르 퍼졌다.
커피를 마시는 동시에 디저트를 곁들이는 듯한 기분.
하지만 이 카페에서
진짜 인상 깊었던 건 커피 그 자체보다도 공간 안의 사람들이었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바리스타와 눈을 맞추고
“오~ 안녕! 오랜만이야!”
“하이파이브!”
이름을 부르고, 장난을 주고받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정겨움.
커피를 내리는 손은 분주했지만
눈빛만은 항상 누군가에게 머물러 있었다.
진심으로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
단순한 단골들이 아니라, 그 곳에 사는 동네 사람들이었다.
역시 이 카페에서도 물은 자동으로 나오지 않았다.
"Uno aqua, per favore!"
조심스럽게 물을 청하자
바리스타는 웃으며 대답했다.
"Sure, why not!"
그 한마디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 순간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느꼈던
"왜 나한텐 물을 안 주지?"라는 감정이
단지 내 안의 오해, 익숙하지 않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걸.
아마도 많은 관광객들이 물을 마시지 않고 남기기에
굳이 제공하지 않게 되었을 뿐.
차별이 아니라, 경험에 기반한 합리적인 생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작지만 웃긴 해프닝 하나.
나는 열심히 이탈리아어로 주문했는데
바리스타는 끝까지 영어로 대답했다.
내 어설픈 이탈리아어가 들통 났던 걸까?
아니면, 정말 많은 관광객을 상대해 온 그 바리스타가
내 언어 실력을 조심스럽게 배려해준 걸까?
(어쩌면 그는 내 “uno espresso”만 듣고도
“아, 이건 관광객이군요” 했을지도 모르지만. ㅎㅎ)
그렇게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카페는
초콜릿처럼 달콤했고, 에스프레소처럼 진했고,
사람들처럼 따뜻했다.
로마를 떠나는 전날 밤,
나는 그 잔에 담긴 여운을 안고
다음날 공항으로 향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던 이탈리아 카페의 이야기는
마음속에서 천천히, 조금 더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