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마신 이탈리아의 마지막 한 잔

Illy와 Kimbo, 작별을 담은 커피

by 허동욱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졌다.

여기가 단순한 출국장이 아니라는 걸.
커다란 로비를 둘러싼 수많은 카페들과
곳곳에 놓인 커피 자판기들이 나를 둘러싸듯 맞이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기 전이나 막 내린 뒤,
꼭 한 잔의 에스프레소를 마신다고 한다.
그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자신의 도시, 고향, 그리고 이곳에서의 시간을 향한 작은 인사다.



나도 그 인사를 하고 싶었다.
짧지 않았던 이탈리아 여행 동안
수많은 바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거기엔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눈빛과
“부온조르노!”라는 인사말이 있었다.
그 모든 장면들이 순간 스쳐 지나가자
이대로 비행기에 오르는 건 왠지 서운했다.


그래서 나는 공항 한가운데 자리한 Illy(일리) 카페로 들어갔다.
아침을 준비하는 바리스타들의 손길,
잔잔한 바흐 음악이 흐르는 공간.
그 앞에 서서 메뉴판을 보기도 전에
익숙한 한 마디가 입에서 나왔다.
“Uno caffè, per favore.”



작은 잔이 내 앞에 놓였다.
손에 쥐자마자 느껴지는 묵직한 온기.
한 모금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 안에 굴리듯 넘겼다.
진하고도 부드러운 그 맛,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달콤하면서 고소한 향.
한순간에 지난 며칠간의 시간들이 농축되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마음속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Ciao, Italia. 안녕, 또 만나요.”


게이트로 향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시야에 또 다른 장면이 들어왔다.
붉은 글씨로 적힌 Kimbo(킴보),

그리고 커피 자판기.
“이탈리아 자판기 커피 맛이 정말 괜찮다”는 소문을 떠올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버튼을 눌렀다.
이번엔 마끼야토를 선택했다.


잠시 후, 작은 종이컵이 톡 하고 내려왔다.
첫 모금을 마신 순간, 생각했다.


“자판기에서 이런 고급진 맛이?!”


“자판기에서 이런 고급진 맛이?!”

고소하고 부드럽게 올라오는 거품,
에스프레소의 쌉쌀한 풍미가 컵 안에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한국의 자판기 커피와는 차원이 다른 맛.
이탈리아는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놀라게 했다.



나는 그 두 잔으로, 이탈리아와 작별했다.
하나는 Illy의 에스프레소,
또 하나는 Kimbo의 마끼야토.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동안,
창밖으로 사라져가는 이탈리아의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짧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내 마음에 오래 남겠구나 하고.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오게 된다면,
나는 또 바에 서서 작은 잔을 들고
이탈리아에 이렇게 인사할 것이다.


“안녕, 그리고… 고마워.”

PS. 이 후엔 로마 3대 커피 관련해서 작성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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