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이 녹아든 에스프레소, 그리고 영화 속 카페의 두 가지 얼굴
로마 여행 3일 차 아침,
나는 평소보다 부지런히 일어나 카페로 향했다.
여행 전부터 눈여겨본 로마의 ‘3대 카페’ 중 하나.
그 유명세만큼 많은 인파로 붐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아침 시간, 사람들이 몰리기 전의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카페로 가는 길, 나보나 광장을 잠시 들렀다.
고대 로마 시대의 전차 경기장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광장은
아침 8시, 놀랄 만큼 한산했다.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피우미 분수를 한 바퀴 돌아본 뒤,
다시 발걸음을 옮겨 ‘Sant Eustachio’에 도착했다.
노란색으로 물든 간판과 인테리어,
포장지까지도 온통 노란빛.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도 등장했던 그 카페였다.
첫 주문은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참고로, 이탈리아에서는 카푸치노를 아침에만 마신다.
우유가 들어가면 배가 부르기 때문에
대부분 아침 식사 대신 카푸치노와 빵을 곁들인다.
우리는 꼬르네또, 카놀리와 함께
카푸치노,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이곳의 에스프레소에는 특별한 절차가 있다.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으며 묻는다.
“Zucchero?” (설탕?)
동의하면, 설탕을 미리 잔에 넣고 에스프레소를 내려준다.
그 순간, 달콤함과 커피의 쌉쌀함이 한 번에 어우러진다.
나는 이 방식이 주는 부드러운 단맛에 매료됐다.
두 모금 만에 잔은 비었지만,
여운은 오래 남았다.
카푸치노는 부드럽고 든든했다.
한국에서 익숙한 쫀쫀한 스팀 거품이 아니라
투박하게 올린 우유 거품이었지만,
커피와의 밸런스는 완벽했다.
“아침에 카푸치노를 마신다”는 이유를 납득한 순간이었다.
며칠 뒤, 우리는 다시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인파,
주문을 하기 위해 줄 서고,
바에서는 빈자리를 잡기 위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간신히 계산대에서 주문하고 바리스타에게 영수증을 건넸지만,
그날은 “Zucchero?”라는 질문이 없었다.
그냥, 설탕 없는 에스프레소가 나왔다.
말을 꺼낼 틈조차 없이 바쁜 바리스타,
그리고 북적이는 소음 속에서
나는 그냥 잔을 들어 올렸다.
직접 설탕을 넣어 마셔봤지만,
처음 마셨던 그 완벽한 밸런스는 아니었다.
그래서 결론은 하나다.
Sant Eustachio에서는 반드시
“Zucchero!”라고 대답할 것.
그것이 이 카페의 진짜 매력을 맛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