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3대 카페 중 하나, Tazza D'Oro

타짜도르에서의 시간은 판테온을 향해 흐른다

by 허동욱

판테온 신전을 지나 발길을 옮긴 곳은 ‘Tazzadoro’였다.

산트 유스타치오에서 머무른 시간이 여운처럼 남아 있었지만, 커피라는 이름의 새로운 인연은 로마에서 또 한 번의 설렘을 안겨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두 카페는 걸어서 약 10분 거리, 가까운 거리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Tazzadoro’는 외관부터 조용히 묻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관광객들로 넘실대는 판테온 주변의 분주함 속에서, 커피잔을 조심스레 내려놓는 손길들이 있는 이곳은 로마 사람들이 사랑하는 일상의 향기가 가득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바에 기대어 짧고 진하게 한 잔을 마시는 관광객들관 현지인들의 모습이었다.

커피에 집중하는 진지한 눈빛과, 잔을 놓는 소리와 대화 소리들이 공간을 메웠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의 손엔 에스프레소 잔이 있었다.

tempImage1TfLyZ.heic 타짜도르 에스프레소



주문을 하려는 순간, 유난히 자주 들리는 단어 하나가 귓가를 스쳤다.

“Granita.”

계절은 가을이었지만, 여름의 잔향처럼 그라니타 콘 빠냐를 찾는 이들이 있었다.

궁금함에 나도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그렇게 받은 건 커피가 아닌, 디저트 같기도 한 한 잔의 작품이었다.



그라니타는 얼음처럼 잘게 부순 커피 베이스의 디저트였고, 그 위에 듬뿍 올라간 하얀 생크림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첫 숟가락을 입에 넣었을 땐 진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고, 곧이어 얼음 알갱이들이 녹으며 시원한 커피향이 퍼졌다. 크림은 부드러웠고, 단맛은 익숙하면서도 어쩐지 낯설게 다가왔다.

평소 단 것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살짝 부담스러운 조합이기도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새로운 커피의 얼굴을 만난 듯한 기분에 그 자체로 특별했다.


판테온 신전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들었을 때, 내 눈앞에 서 있던 것은 바로 판테온 신전.

수천 년을 견뎌온 건축물이 그 자리에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그 앞에서 마신 한 잔의 커피는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보다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바람 한 줄기와 함께 그라니타의 달콤함과 신전의 위엄이 함께 떠오른다.

커피는 언제나 그랬듯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그것은 로마에서의 하루를 기억하게 해주는 조용한 기록이었고, 고대의 돌기둥 아래서 마신 작고도 깊은 쉼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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