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여행의 시작(1)

커피 여행의 시작은 계획부터

by 허동욱

나는 대한민국의 어느 소도시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바리스타이다. 2023년 1월, 우연한 기회로 로마에 이틀 정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짧은 찰나였지만 그곳에서 느꼈던 카페의 모습이 내가 배워오던 커피와는 많이 다른 모습에 생소한 느낌이 들었고, 문득 이탈리아의 커피에 대해 깊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23년 1월, 로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그해 11월에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바로 예매하였고, 커피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의 두근두근 거리는 첫 커피여행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머나먼 유럽, 커피의 나라 이탈리아로!


커피로 유명한 나라이기에 이탈리아에서의 커피여행은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 로마라는 도시를 여행하지만 생각보다 단순히 ‘커피’만을 위해 여행 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때문에 나의 목적인 ‘커피’에 대해서만 알기 위해서 이탈리아로 떠나는 여행에 관한 내용과 정보를 찾는 건 쉽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책, 관련된 블로그에는 맛보기 식의 소개와 내용_주로 로마 3대 카페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A부터 Z까지 처음부터 준비해야만 했다. 어느 지역으로, 어떤 카페들을 방문할 것인가부터 어떤 커피메뉴들을 마시고 알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준비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가는 로마 3대 카페 외에 이탈리아 현지인들이 가는 동네 카페들은 그래도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원래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 즉흥적인 사람이고 혹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그때그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번 커피여행에서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오리라!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몇 날며칠 몇 달을 고민하며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드디어 원대하게 완성된 나의 계획은 아래와 같다.


먼저, 9일의 시간이 있으니 구역을 나눠 구경하는 것이었다! 총 5개 구역(1번 구역_바티칸, 2번 구역_나보나부터 트레비, 3번 구역_콜로세움 근처, 4번 구역_보르게세 공원 근처, 5번 구역_트라스테베레)으로 우선 정하고 5일 동안은 각 구역에서의 카페를 찾아다니고 나머지 4일은 그래도 이탈리아에 왔으니 관광도 하고 근처에도 놀러 갈 계획을 시간 단위로 구체적으로 작성했다.(물론, 계획을 세우고 로마에 도착을 했을 때만 해도 이대로 될 줄 알았는데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었다.)


계획을 짰으니 이제 숙소를 결정해야 할 차례!


숙소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관광지가 아닌 변두리이지만 이동이 편리하면서 현지인들이 많이 거주할 만한 곳으로 정하였다. 이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친해지고 그들에게 커피라는 문화는 어떤 문화인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직접 부딪치고 많이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지역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 나을 것 같았다. 또한 식당에서 외식을 하기보다 마트나 시장에서 식재료를 구매해 직접 요리하는 것을 희망했기에 호텔은 처음부터 숙소후보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로 숙소를 찾게 되었고 엄지검지손가락이 열심히 움직여준 결과 원하는 숙소도 잘 구했다.


이렇게 이탈리아의 여행 준비는 생각보다 빠르고 완벽에 가깝게 준비되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언어. 그들과 대화를 어떻게 하지? 난 영어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탈리아어도 잘 못하는데? 그리하여 생각지도 못하게 언어공부가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어는 생각보다 쉬웠다.(물론, 깊이 들어가면 어렵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어단어들이 대부분 이탈리아어에서 파생된 단어들이 많기에 약간의 변형이 되어 있는 정도였고, 읽는 것도 소리 나는 대로만 읽으면 되는 글자여서 생각보다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공부를 시작하였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기에 공부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언어에 대한 흥미는 빨리 떨어졌고 삶에 찌든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언어공부를 소홀히 했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내가 아는 단어와 할 줄 아는 말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약간의 문장이나 단어들은 알고 있었기에 또 안되면 바디랭귀지가 있으니까!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준비하여 드디어 2023년 11월 하순, 인천공항에서 이탈리아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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