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다낭 1차 여행 실패기1

다낭 공항의 노숙자!

by 김정훈

범죄자 여권과 인민군복

이 어두운 다낭 땅에 온몸으로 땀이 흐르고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랩...

정말 하루를 넘겼다. 다낭 공항에서 숙소로 가지 못하고, 그랩조차 타지 못하고 결국 날짜를 넘겨버렸다.

왜 이리 땀이 나나? 왜 이리 옆에 있는 이놈이 원망스러우냐?

만약 지금 그랩을 타고 간다 해도, 과연 예약된 호텔에 들어가 잠을 잘 수 있을까? 남은 3박 5일은 이 말도 안 통하는 다낭 시내에서 노숙 생활을 해야 하는가?

지금 내 머릿속의 상상력은 마구 소용돌이치고 있다. 날짜가 지났다는 것은, 다낭 공항에 비행기가 지체되어 늦게 도착했다는 뜻이다.

입국장에서 인민군 복장을 한 심사원이 검색할 때, 나는 긴장하며 기다렸다. 베트남 공항에 대한 온갖 쓸데없는 유튜브 동영상을 본 탓이다. 혹시나 심사원이 내 여권 사진을 보고 실물과 다르다며 협박을 하지는 않을까? 돈을 뜯어내기 위해 나를 어딘가에 가두고 트집을 잡지는 않을까? 나는 대화가 안 되니 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도 몰라 헤매는 건 아닐까?

검색대 앞의 나는 선고를 앞둔 재판장 안의 죄수였다. 인민군복을 입은 그에게 아주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려고, 최대한 선한 미소를 지으려 노력할수록 내 얼굴은 기괴하게 굳어졌다.

죄수3.jpg

'사진과 다르다고 하면 어떡하지?' 단돈 만 원이 아까워서, 새로 찍지도 않고 학교에서 찍은 범죄자 같은 사진을 그대로 여권으로 쓴 것이 뼈저리게 후회됐다. 그 만 원을 아낀 대가가, 말이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의 두려움과 공포로 되돌아와 나를 덮쳤다. 그 짧은 순간에도 절묘한 생각이 스쳤다. '안 되면 얼른 돈이라도 꺼내야 하나....'

그런데 찰나의 긴 상상이 무색하게, 인민군 복장의 심사원은 무심하게 나를 통과시켰다.

순간, 부끄러운 상상을 감추고 싶어 아주 여유 있게 "쌩큐"라고 말하며 나가려 했다. 평소 목소리가 컸던 나는 메마른 목구멍에서 갈라져 나온 귓속말 같은 소리로 겨우 내뱉었다. "쌩... 큐..." 그는 나를 보지도 않았겠지만, 나 혼자만의 부끄러운 상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날짜 변경의 공포

하지만 이 1차 관문을 통과하고 나니, 이제는 그랩존에 그랩이 오지 않는다. 밤 11시 30분경 그랩존에 도착했는데, 12시가 넘어가는 순간 앞이 깜깜해졌다. 11시 30분은 단순한 30분이 아니다. 그것은 '날짜의 변경'이다.

그 녀석이 호텔 예약 확인서를 보여줄 때 스치듯 보았던 문구, '예약 시간에 맞춰 오지 못하면 자동 취소된다'는 구절... 나는 그 녀석에게 시간이 늦어질 수 있으니 꼭 확인해두라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내 말을 비웃으며 무시했던 그 녀석. 더 이상 대꾸하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하며, 나는 다낭에서의 노숙을 상상하고 있었다.

베란다 1.jpg

(그림해설: 베란다에 샀던 물건을 찾다 뒤집어 놓은 상태. 샀던 물건을 몇번이고 접촉성 쳥결과 일에 대한 강박은 있지만 정리에 대해서는 너무도 프리해서 심장이 무사히 보전된다고 믿음.)


"돈만 보고 살지 마라"며 나를 자극해 만만한 나를 억지로 끌고 온 그 녀석! 자기가 도시락 와이파이도 준비하고 모든 걸 예약할 테니, 나는 라운지 무료 카드나 만들어서 공항에 3시간 전에 도착하라고 엄포를 놓던 녀석! 나는 무려 4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라운지 이용 조건을 충족하려 지금도 베란다를 쓰레기장처럼 메우고 있는 그 쓸데없는 물건들을 샀는데... 정작 그 녀석은 여유 있게 나타나 라운지 조건도 못 채우고, 우리의 귀한 회비로 일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나는 그 녀석이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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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척척 떠나는데 우리는 타고 갈 그랩도 없고, 가더라도 머무를 곳이 없다면... 나는 경우의 수를 상상한다. 호텔 캔슬을 대비해 다낭 공항의 노숙자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믿음 안 가는 저 녀석의 말을 믿고 따라가 다낭 거리의 노숙자가 되어야 하나? 나는 그 희박한 확률과 생존의 갈림길에서 나의 뇌는 돌고 심장은 뛰고있다.


ps: 글을 쓰다 보니 솔직한 저의 감정을 전달하고 싶고, 그리고 글을 재미있게 쓰고 싶다는 강박에 제가 제 글의 스타일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ver 1을 새로 써서 발표합니다. ver2는 원본의 글입니다. 11편에 수록했으니 전체를 다 읽고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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