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다낭 1차 여행 실패기3

억누른 나의 욕망

by 김정훈

황x 이발소

그녀석에게 망신을 당하고 우리는 한시장으로 갔다. 그녀석이 환전을 한다고 할 때, 나는 금은방 옆 한시장 근처의 한 이발소를 보았다. ‘황X 이발관!!’ 간판을 보니 아오자이를 입은 정숙한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건다.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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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낭에 혹해서 온 이유는 유튜브에서 본 이발소 때문이었다. 귀를 파주고, 샴푸를 해주고, 마사지에 얼굴까지 만져주는... 사실 나는 겉으로 말은 안 했지만, 합법적인 여인의 손길이 그리웠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아들과 딸에게는 차마 알리지 못했다. 애비의 본능을 감추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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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교사로 살고, 교회에서도 신실한 기독교인처럼 오해 받고 살았으며, 친구들에게조차 순진하다는 말을 듣는 나였다. 내숭을 떨고 싶지는 않지만, 그동안 타인이 믿고 싶은 나의 모습대로 떠밀려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나는 유튜브에서 본 그 이발소에 가고 싶었다. 환전율이 얼마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관심 밖이었다.

돈을 바꾼 뒤 그곳에 가자고 말하려는 순간, 그녀석이 한시장에 가자고 한다. 사탕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가 되고 싶었지만, 나는 본능을 숨기고 얌전히 따라갔다. 그녀석은 거기서 짝퉁 명품이라도 사라고 권했다. 평소 낡은 옷을 입고 다니는 나를 비꼬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돈 아끼지 말고 싸니까 마음껏 사라고 한다.

나는 평소 옷이란 사람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감추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기에 패션에 큰 욕심은 없다. 남들은 내가 감각이 없다고 하겠지만(솔직히 없긴 하다), 나는 이미 30년 전부터 양복에 운동화를 신고 백팩을 멨던 사람이다. 나는 옷을 이상하게 입는 게 아니라 그저 시대를 앞서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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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로고에 담긴 80년대의 한

그런 나도 '나이키'에는 한이 맺힌 모양이다. 80년대, "누가 나의 키를 재는가"라던 광고 문구처럼, 고무신에 나이키 로고를 그려 넣고 다니던 그 시절의 그리움이 내면 깊숙이 숨어있었나 보다. 나는 이왕 짝퉁을 사는 김에 로고 마크가 아주 커다란 옷으로 한 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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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샀으니 이제 이발소에 가자고 했더니, 이번엔 그녀석이 마사지가 더 좋단다. 이발소는 시원하지도 않다며 손사래를 친다. 아까 본 처자가 예쁘다는 말은 차마 꺼내지도 못한 채, 나는 결국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그 내용은 길게 쓰고 싶지 않다. 시원하다고 말은 했지만 내 머릿속엔 온통 아까 그 처자뿐이었다. 평소 같으면 여자의 손길이라면 무조건 좋았겠지만, 이번엔 그 아가씨에게 꽂힌 것 같다. 속상한 마음에 친구가 아니라 계속 '그녀석'이라고 글을 쓰게 된다.


랍스타 가격

마사지 가게에서 음식 할인권을 줬다. 나는 이발소에 가고 싶은데... 자꾸 마사지를 불경스럽게 생각하는 내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억지로 식당으로 향했다. 랍스터 가격은 기억도 안 난다. 할인해서 600만 동이었는지, 할인 전 가격이었는지. 지나고 보니 이발소도 못 가고 바가지만 쓴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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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짜리 랍스타! 나의 피같은 바가지, 실재로는 그보다 더 쌀 수 있는데 내 기억의 회로는)


나도 참 비정상인 모양이다. 그 비싼 랍스터보다 못 가본 이발소가 계속 떠오르니 말이다. 역시 자매업소 할인은 진짜 할인이 아니었다. 다낭 여행의 첫날은 그렇게 욕구 불만과 바가지로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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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석이 넷플릭스를 보며 밤을 지새우는 동안, 나는 하루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 중랑천 대신 미케비치 해변을 맨발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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