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다낭 1차 여행 실패기4

미루어진 욕망

by 김정훈

다낭 3일째, 골든 브릿지의 거대한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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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찍는다는 그 손가락 사진 한 장 찍으러 왜 그 먼 길을 가야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손가락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손가락 위를 걷는 것뿐인데. 비가 오자마자 카페로 직행해 쉬고 있는 '그녀석'을 뒤로하고, 나는 하루 2만 보 루틴을 채우기 위해 프랑스 마을을 뱅뱅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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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전지훈련 왔냐? 극기훈련 하러 왔어?" 비아냥거리는 그녀석의 말을 뒤로하고 나는 본전을 뽑기 위해, 그리고 내 몸의 강박을 잠재우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길치인 나는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미아가 되지 않으려 빵조각을 떨어뜨린 헨젤과 그레텔의 심정으로 말이다. 그녀석이 도시락 와이파이를 갖고 있어서, 꼴도 보기 싫은 그녀석이 엄마라도 된 양 멀리 떠나지도 못하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도시락 와이파이는 나의 무선 목줄이다. 우리는 분명 둘이 왔지만, 서로 다른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는 하나에 종속된 여행.


현지 맛집 대신 배달 음식, 그리고 다시 미케비치.

저녁은 현지 맛집에 가고 싶었건만, 한 걸음도 걷지 않은 그녀석은 그놈의 '문명의 이기'를 운운하며 그랩(Grab) 배달을 시키자고 한다. 혈당 관리와 변비 예방을 위해 무조건 걸어야 하는 나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그녀석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결국 타지까지 와서 한국에서도 흔한 배달 음식을 먹고는, 속상한 마음에 다시 미케비치로 나가 맨발 걷기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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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억눌린 욕망이 폭발하다.

마지막 날까지 그녀석은 덥다며 호이안 일정을 취소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이발소에 갈 기회인가!' 조심스럽게 귀 파기와 각질 이야기를 꺼냈으나, 그녀석은 단칼에 거절했다. "그거 잠시뿐이야. 늙은 놈이 이 땡볕에 무슨 한시장까지 가?" 그러더니 넷플릭스와 게임에 빠져든다.

나는 결심했다. "나 미케비치나 좀 걷고 올게." 그녀석 몰래, 나는 '황X 이발관'의 그 아리따운 처자를 향해 길을 나섰다. 솔직히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유튜브가 심어준 환상과 내 뇌가 만들어낸 가공의 정보가 결합되어, 내 발걸음은 이미 이발소로 향하고 있었다.


구글 지도

평소 같으면 30분이면 갈 길을 2시간 넘게 헤맸다. 구글 지도는 내가 거꾸로 가는지 제대로 가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아까 봤던 강아지가 또 보이고, 나를 친구로 착각하는 듯한 노숙인이 또 아는 체를 한다. 땡볕 아래서 나는 거의 미아 직전이었다.

나는 10일의 변비 이후 수분 부족을 막으려고 물병을 손에 쥐고 움직인다. 걸으며 한 모금씩 마신다. 그런데 그 마신 물이 갑자기 반응이 온다. 정말 온몸에 땀이 난다. 물을 먹자니 앞이 문제고 물을 안 먹자니 뒤가 문제다. 정말 이거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지금은 앞이 문제다. 앞에는 내 뇌의 허락도 없이 나와서 문제, 뒤는 내 뇌의 부탁을 무시해서 문제. 앞뒤가 다 내 뇌를 무시한다. 이런 걸 전무후무라고 하는 모양이다. 지금은 '전현무'다. 앞에가 현재 무시한다는 말이다. 별의별 잡생각으로 앞의 급박함을 뇌에서 삭제를 하려 해도 별 소용이 없다. 나의 허무게그도 그냥 내게는 쓴 웃음으로 돌아오고 몸에는 땀이 난다. 아까 먹은 한 모금이 지금의 결과를 낳은 것, 한 모금 한 모금을 후회한다. 눈앞이 캄캄하다. 길을 잃은 상태에서 급한 소변... 이발소고 나발이고 이제는 화장실부터 찾아야 하는데, 어떤 더러운 상가의 화장실로 갔다. 들어가려는데 아줌마가 막고 서 있다. 돈 달라고 한다. 나는 돈이 잡히는 대로 지불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싸고 말 걸 그랬나? 아무도 모를 텐데. ㅠㅠ

결국 이발소는 근처도 못 간 상태에서 이미 공항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그녀의 존재는커녕 입구 구경도 못 하고 초죽음이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그놈의 '그랩' 앱만 깔 줄 알았어도 완전 범죄로 이발을 마쳤을 텐데!

"왜 카톡 안 봐? 너 와이파이 들고나가더니 진짜 이발소라도 다녀왔냐?" 핀잔 섞인 그녀석의 물음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풀지 못한 욕망과 고통을 가슴에 품은 채, 터벅터벅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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