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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하 Apr 24. 2024

빨간약 or 파란약

AI시대 영어회화 학습

영화 <메트릭스 1편> - 선택의 시간. 주인공 네오 앞에 두 색깔의 알약을 제시한다. 빨강은 현생, 파랑은 가상이다.


AI시대가 도래했다. 동시통역기 활용이 일반화되었다. 영어회화 능력이 없어도 해외교류를 할 수 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래, 지금 당장 회화학습을 때려치우자!" 그런데도 자꾸 미련이 남는다. 이유가 뭘까?


동시통역이란 단어 자체가 틀렸다. '시간차 통역'이 맞다. 아무리 빠른 통역기계도, 화자의 입에서 말하는 문장이 어느 정도는 마무리가 되어야, 기계가 번역된 말을 뱉기 시작한다. 때론 사람인 통역사가 오히려 빠른 시간 차로 통역하기도 한다. 중요하지 않은 단어는 생략하거나, 단순한 표현으로 줄여 말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두 가지 경우 모두, 상대 입에서 나오는 말과 통역기계에서 나오는 말을 시간 차로 끝까지 들은 후에야 대답할 기회가 생긴다. 아무리 영리한 통역기나 통역사가 나타나도 화자의 입에서 음성이 나오기 전에는 도무지 번역을 시작할 수가 없다.


영어회화를 학습한 당신은 상대 화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답을 한다. 화가 나면 말하는 도중에 끊고 들어가기도 한다. 심지어, 상대가 실수로 사용한 단어를 바로 고쳐 주기까지 한다. 다만, 배움의 고통이 따른다는 것.


자,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AI냐, 나의 두뇌냐!?" 메트릭스에서 빨간약은 대의적 목표와 함께 고통이 따라오는 진짜의 현실을 선택하는 약이고,  파란 약은 진짜인 줄만 알고 지냈던 안정적인 가상 속의 삶을 그대로 지속하는 약이다.


* 통역기 사용 (파란약) - 언어학습 과정의 불편함, 지루함을 덜어 줌. 편리함과 안정감 제공.

단점: 시간 차 통역으로 말하면서도 말하는 것 같지 않는 느낌을 줌. 도구활용의 거추장스러움.


* 두뇌 기반 회화 (빨간약) - 시간 차 없는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가능. 상대방 말 끊기 가능. 개그 시도 가능.

단점: '시행착오 및 학습'의 고통이 수반됨.


덧붙임. 그나마 영한 통역은 비교적 빠른 시간차 통역이 가능하다. 동사가 앞부분에 나오는 영어에서는, 반복되는 목적어를 미리 예측하고 통역할 수 있다. 반면에, 한영 통역에서는, 문장의 동사가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어찌 됐건 통역이 끝난 다음에서야 내가 말할 기회가 온다는 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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