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나 지금이나 멀지만, 어딘가 그리워지는 동네
한강 남쪽에 사는 나에게 부암동은 같은 서울이지만 2시간이 걸린다. 사실 대학교를 다니기 이전에는 그런 동네가 있는 줄도 몰랐고, 대학에 다녀서도 3학년때까지는 친숙하지 않은 동네였다.
당시 한시간 반이 걸려 대학교를 통학했던 나는 2학년때까지는 4호선 길음역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녔는데, 그렇게 가면 4번 환승을 해야했고,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지쳐버렸던 나는 다른 통학 루트를 고민하다가 경복궁역에서 버스를 타고 부암동을 지나 학교에 오는 새로운 루트를 찾아냈다.
이후 버스 안에서 석파정을 비롯해 윤동주 문학관과 부암동 카페거리들을 봐오면서 부암동 거리는 어딘가 기분좋게 느껴졌고, 4학년 때 3시간의 엄청난 공강을 가졌던 학기에는 거의 매 공강마다 부암동을 산책했을 정도로 부암동은 내게 친숙한 동네가 되었다. 하지만 졸업 이후 3호선타고 경복궁까지 가서 또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되는 부암동은 아무래도 크게 마음먹지 않으면 방문하기 어려웠고, 이후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바빠지면서 생각하지 않고 지내왔다.
그러다 최근 우연히 부암동 근처에 ‘청운도서관’에 가보고 싶어졌고, 그 도서관을 가기 위해 졸업 후 2년 반 만에 부암동을 다시 방문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부암동은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평화롭고 한적한 동네 그 자체로 기억하는 동네의 이미지와 똑같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그때의 장소에 와보니 변하지 않은 동네와 다르게 내가 많이 바뀐 듯, 낯선 기분이 들었다.
2년 전 무엇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고, 미래에 대한 깊은 생각은 없었지만 학점과 졸업, 과제를 위해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가던 과거의 나와 졸업 후 회사생활을 비롯해 여러 가지 새로운 상황들에 놓여 경험이 많아진 나는 생각하는 방식도,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다양한 상황과 경험으로 많은 지식이 쌓이고, 어른으로써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과 불합리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 같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배우고, 세상에 대해 배워갔다.
하지만 세상에 대해 알아갈수록 미래에 관한 열정과 꿈, 거창한 계획은 작아져만 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바래왔던 꿈들은 잊어버린 채 그저 흘러가는대로 시간을 채우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내가 바라던 많은 꿈들과 바램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대학시절의 나 자신을 추억하며 학교로 오고가는 길에 매번 지나쳤던 카페에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버스 안에서 항상 간판만 봤던 곳인데, 그땐 항상 지나치다가 이제서야 처음으로 안에 들어와보게 되었다니, 신기하면서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버스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바라보면서 2년 전 나의 세상을 추억해보았다. 지금보다는 다채로웠던 대학시절의 하루하루와 매일매일 다르게 흘러가던 나의 시간들, 그 안에서 헤맸던 고민의 순간과 다양한 감정들을 다시 곱씹어 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것들도 많은데, 그때는 크게 느껴졌던 일들이 정말 많다. 내가 자라날수록 세상은 점점 작아진다. 동시에 가능성과 꿈도 작아지고, 점점 '이제는 늦은 일', '이젠 시도할 수 없는 꿈'들이 늘어난다.
그러면서 삶은 점점 재미없어진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고 고작 2년 사이지만, 그 사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성숙해진 동시에 시들어간 내 자신에 대해 씁쓸한 애도를 표하면서 잊고있던 나 자신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앞으로 부암동을 종종 찾아와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