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서촌에서

오랜만에 방문해본 서촌은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by 서리태

서촌은 내게 익숙했던 동네다. 대학시절 학교까지 통학하는 길에는 경복궁역을 지나야 했고, 집에서 학교까지 2시간가량 걸렸던 당시 나는 서촌을 자주 들려서 시간을 보냈다.


석파정 윤동주 문학관부터 경복궁역까지, 청와대를 지나 산책하기도 하고, 근처 곳곳을 둘러보며 바람쐬는 걸 즐겼다. 그때부터 서촌 특유의 분위기와 여유로움이 좋았다.


하지만 이후 학생인턴으로 안국역의 회사로 매일을 출근하게 되었고, 평일 대부분의 시간을 안국에 갇히게되면서 종로부터 서촌까지 이어지는 한옥거리에 실증이 났다. 특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도 직장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분주하기만 했고, 맞지 않던 직무에 꾸역꾸역 다니다보니 어느새 동네 자체의 이미지가 분주하고, 불편함으로 가득한 이미지로 변해있었다.


그래서, 학생인턴이 끝난 후 졸업을 기점으로 나는 한동안 서촌을 찾지 않았다. 애초에 졸업후 들어간 첫 직장은 집에서 가까워서 굳이 시간내서 이쪽으로 올 이유도 없었을 뿐더러 불편한 기억들로 가득한 동네는 더이상 가고싶지 않았다. 안국과 서촌을 생각하면 매일 힘들고, 지쳤던 기억과 그 안의 어색하고 불편한 인간관계만 생각이 났다.


그렇게 서촌을 한동안 잊고있다가 최근 오랜만에 평일의 서촌을 걸었다. 경복궁역에서부터 쭉 늘어선 상점과 구석의 한옥마을, 청와대와 그 뒤로 이어진 카페거리까지 모든 곳은 맨 처음 내가 보았던, 하지만 잊은지 오래된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잊고있었던 여유를 오랜만에 마주하니 반가운 동시에 부수적인 것들로 인해 좋아했던 장소의 본질은 잊고, 안좋은 쪽으로만 생각해 많은 것을 놓쳐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매주 서촌을 걸을때 느꼈던 고궁의 한적함과 특유의 고요한 바람, 계절마다 바뀌는 다양한 풍경을 나는 잊어버렸고, 놓치고 있었다.


동시에 내가 하루하루 바쁘고, 여유없이 살면서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살고, 각자의 고민에 둘러쌓여 중요한걸 놓치곤 한다. 매일 바쁜 하루가 반복되다보면 진정으로 추구해야할 행복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잊어버린다.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으로써 매일 여유를 즐기며 사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종종 하루의 소소한 행복과 평온함을 기억하고자 이날을 짧게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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