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이면
한 교장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그분은 어릴 때부터
튀고 싶어 했단다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국민학교 1학년때
한학급에
도서 10권씩
배정이 나왔단다
모두 안 사려고
눈치 보는 와중에
그는 손을 번쩍 들고
10권을 자기가
다 사겠다고 했단다
집에
아이가 여섯 명이라
등록금도 제대로
못 내는 형편인데도
엄마는 자기편을
들어줬단다
고등학생 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슬픔에 빠져
공부도
소홀히 했지만
대학에 합격해
교사가 되었단다
학교 다닐 때
의대생이랑
미팅을 해
몇 번 만났는데
이놈이
왜 너는
싸구려 구두만
신느냐
우리 엄마 누나는
명품만 신는다는 둥
있는 척을 해서
헤어진 후
부자랑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단다
회사원 남편이랑
둘이 월급만 합쳐도
여유가 있어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매달 여행 다니고
잘 살았단다
그런데 회사가
중국으로 옮겨서
남편이 퇴직했단다
그때부터
남편이 사업한다고
계속 몇 천만 원씩
까먹기 시작했단다
그러다가
건물을 싸게 넘겨준다는
사기꾼에게 속아
몇억을 빚내서
갖다 바쳤단다
주변 선생들 친척
교원공제회까지
빚투성이었단다
게다가
큰딸이
교통사고로 다쳐서
다리를 절게
되었단다
월급으로 이자 주고
또 빚내고
빚의 굴레에
갇힌 와중에
탈출구는
공부뿐이어서
대학원을 나오고
교감이 되고
신용불량자가
되었단다
부자인 친척분이
계속 도와주셔서
그동안 이 생활이
연장이 되었단다
고액이자 받아먹는
선생들의 빚은
개인빚이라
월급에서
계속 갚아가는 와중에
남편이
원인 모를 병으로 아픈데
병명이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심해져
응급실에
석 달간 입원하며
삼천만 원
입원비를 내고
파킨슨 진단을
받았단다
대 소변을 받아내고
죽도 떠먹여야 하고
말도 못 하고
누워있는데
정신은 말짱하단다
큰딸이
집에서 보살피고
있다는데
이게 하루이틀에
끝날일이 아니라
벌써 삼 년이
지났단다
요양원에 알아봐도
받아주지 않는단다
작은 딸은
허리 디스크인데
정형외과에서
호르몬제 주사를 맞고
부작용으로
얼굴이랑 몸이
퉁퉁 부어 있단다
이런 가정의
불운 속에서
그분은 교장이 되어
새 학교에 부임했단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삶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서 순간순간
작은 기쁨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슬픔을 잊고
살 수 있다고 했다
부디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