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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사람들 4

달의 이면

by 우주

한 교장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그분은 어릴 때부터

튀고 싶어 했단다

한국이

가난했던 시절

국민학교 1학년때

한학급에

도서 10권씩

배정이 나왔단다

모두 안 사려고

눈치 보는 와중에

그는 손을 번쩍 들고

10권을 자기가

다 사겠다고 했단다

집에

아이가 여섯 명이라

등록금도 제대로

못 내는 형편인데도

엄마는 자기편을

들어줬단다

고등학생 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슬픔에 빠져

공부도

소홀히 했지만

대학에 합격해

교사가 되었단다

학교 다닐 때

의대생이랑

미팅을 해

몇 번 만났는데

이놈이

왜 너는

싸구려 구두만

신느냐

우리 엄마 누나는

명품만 신는다는 둥

있는 척을 해서

헤어진 후

부자랑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단다

회사원 남편이랑

둘이 월급만 합쳐도

여유가 있어

아이들이 어릴 때는

매달 여행 다니고

잘 살았단다

그런데 회사가

중국으로 옮겨서

남편이 퇴직했단다

그때부터

남편이 사업한다고

계속 몇 천만 원씩

까먹기 시작했단다

그러다가

건물을 싸게 넘겨준다는

사기꾼에게 속아

몇억을 빚내서

갖다 바쳤단다

주변 선생들 친척

교원공제회까지

빚투성이었단다

게다가

큰딸이

교통사고로 다쳐서

다리를 절게

되었단다

월급으로 이자 주고

또 빚내고

빚의 굴레에

갇힌 와중에

탈출구는

공부뿐이어서

대학원을 나오고

교감이 되고

신용불량자가

되었단다

부자인 친척분이

계속 도와주셔서

그동안 이 생활이

연장이 되었단다

고액이자 받아먹는

선생들의 빚은

개인빚이라

월급에서

계속 갚아가는 와중에

남편이

원인 모를 병으로 아픈데

병명이 나오지 않다가

갑자기 심해져

응급실에

석 달간 입원하며

삼천만 원

입원비를 내고

파킨슨 진단을

받았단다

대 소변을 받아내고

죽도 떠먹여야 하고

말도 못 하고

누워있는데

정신은 말짱하단다

큰딸이

집에서 보살피고

있다는데

이게 하루이틀에

끝날일이 아니라

벌써 삼 년이

지났단다

요양원에 알아봐도

받아주지 않는단다

작은 딸은

허리 디스크인데

정형외과에서

호르몬제 주사를 맞고

부작용으로

얼굴이랑 몸이

퉁퉁 부어 있단다

이런 가정의

불운 속에서

그분은 교장이 되어

새 학교에 부임했단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삶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그 속에서 순간순간

작은 기쁨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슬픔을 잊고

살 수 있다고 했다

부디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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