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일생
그분의 사정은
예전에 동네분에게 들었다
부인이 어린 아들 둘을 두고
집을 나갔단다
그 당시
옆집에 살던
장애인 여자가 도와줘
같이 아들 둘을 키웠단다
가끔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겨울에 대리운전해 주고
집까지 걸어서 돌아오는데
얼어 죽을 것 같았다고 했다
무슨 사연인지
의료보험이 없어
당뇨약을 성남시
의료봉사단체에서
얻어온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큰아들이 입대했다가
결핵으로 되돌아왔는데
약을 안 먹으려 한다고 했다
한 번은 큰아들이
서너 살짜리
딸이 있는 여자를
집에 데려와
같이 산다며
속상하다고 울었다
그 뒤
코로나 시기 때
오토바이로
음식배달을 하는데
수입이 좋다고 했다
새 옷과
새 신발을 보니
좋아 보였다
그러다
코로나가 주춤하니
배달시장이
죽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분이 뇌경색으로
반신마비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우울증으로
입원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부인이
교회에서
장례를 치렀다며
그분의 사망소식을
전해줬다
아들이 둘이니
엄청 먹는다며
양손 가득
식료품을 사들고
웃던 모습이
기억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