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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1

악연인가

by 우주

오래전

한 할머니가 오셔서

내가 믿을 만해서 묻는데

자기 집 김치통에

돈을 가득 담아뒀다

은행에 돈 있으면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나느냐고 물었다

삼층짜리 다세대 집도

조카이름으로 해뒀단다

그분은 아들이 둘 있는데

작은 애가 장애가 있어

아들명의로 작은 아파트도

사뒀다고도 했다

어느 날은

첫째가 이혼을 했고

교도소에 갔다고 했다

그 뒤 둘째가 와서

교도소에서 나온 형이

돈 달라고

엄마를 때린다고 했다

할머니는

돈 없는 노인들이 부럽다

밥 사주면 고맙다고 먹고

돈 만원 생기면 다 쓰고

행복하게 산다면서

자기는 큰아들이 못 찾게

집안에서 돈 숨기느라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앞상가 부동산아줌마가

저 둘째 너무 불쌍하다

형이 동생 신분증이랑

도장을 가져가서

아파트를 팔아버려

자기 집이었던 곳에서

월세 산다고 했다

옆 부동산에서

본인 아닌 거 알면서도

수수료 받으러

팔아줬다고 분개했다

그 부동산은

나중에 폐업했단다

몇 년이 지나

둘째가 와서

형이 암에 걸려

엄마돈 다 쓰고 죽고

엄마도 돌아가셨다고 했다

부부만 전생의 원수가

있는 게 아니라

자식도 전생의 원수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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