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인가
오래전
한 할머니가 오셔서
내가 믿을 만해서 묻는데
자기 집 김치통에
돈을 가득 담아뒀다
은행에 돈 있으면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나느냐고 물었다
삼층짜리 다세대 집도
조카이름으로 해뒀단다
그분은 아들이 둘 있는데
작은 애가 장애가 있어
아들명의로 작은 아파트도
사뒀다고도 했다
어느 날은
첫째가 이혼을 했고
교도소에 갔다고 했다
그 뒤 둘째가 와서
교도소에서 나온 형이
돈 달라고
엄마를 때린다고 했다
할머니는
돈 없는 노인들이 부럽다
밥 사주면 고맙다고 먹고
돈 만원 생기면 다 쓰고
행복하게 산다면서
자기는 큰아들이 못 찾게
집안에서 돈 숨기느라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앞상가 부동산아줌마가
저 둘째 너무 불쌍하다
형이 동생 신분증이랑
도장을 가져가서
아파트를 팔아버려
자기 집이었던 곳에서
월세 산다고 했다
옆 부동산에서
본인 아닌 거 알면서도
수수료 받으러
팔아줬다고 분개했다
그 부동산은
나중에 폐업했단다
몇 년이 지나
둘째가 와서
형이 암에 걸려
엄마돈 다 쓰고 죽고
엄마도 돌아가셨다고 했다
부부만 전생의 원수가
있는 게 아니라
자식도 전생의 원수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