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커튼을 젖힌
거실에는 햇살이 밝게 비치고 있었다
옆으로 놓인 침대 위에 아버지가 누워 계신다
팔에는 링거가 꽂혀있고
담요 밑 배에는 복수를 빼는 호스줄이 달려
링거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거실과 연결된 부엌에는
큰상을 펴고
문병 온 이모 이모부 언니 조카 동생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고기를 굽고 김치볶음밥을 하고 국도 끓였다
이모부가 고기쌈을 먹으며
여럿이 먹으니 더 맛있다고 했다
한바탕 울고 나니
배가 고파 모두 맛있게 먹고 있는데
조카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왜 밥 안 먹어?
햇살이 찬란한 5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