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자식 숨기기
나는 s대 출신 의사다
딸은 태어날 때부터
나를 힘들게 했다
7달 만에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자라
시신경이 덜 발달해
사시가 되었다
나는 시험이란 시험은
다 일등이었는데
딸은 겨우 인서울 했다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시수술을 했다
학교에서 추천한
중소기업에 취업했으나
왕따를 당해 집으로 돌아왔다
사회성이 부족한 걸
공주병이라고 왕따 시켰단다
동네 학원에
임시 영어강사로 근무하면서
맞선을 수백 번 봤는데
의사 놈들은
아파트와 병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안정적인
직업이 있는 여자를 원했다
빨리 결혼시켜
내보내고 싶은데
판판이 거절당하니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병원 건강검진센터에
근무시키고
월급의 30%를
생활비로 받았다
나를 닮아
내성적인 것 같은데도
볼수록 화가 나고 미웠다
지인들과의 골프 모임
사교모임에서
내세울 게 없는 딸은
소개하기 싫었다
점점 더 미워져
입는 옷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려한 칼라의
나풀거리는 옷을
다 밖으로 던져 버렸다
이제 우리는 집안에서
딸에게 말도 안 했고
투명인간 취급했다
아들 결혼식에서
사돈에게
인사도 시키지 않았다
폐백도 딸 없이 끝냈다
딸은 목소리도 속삭이듯 내고
고개도 숙이고 다닌다
정신과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좁은 의사사회에서
소문날까 두렵다
나를 이렇게 만드는 딸에게
더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