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양해라
나는 부모 잘 못 만나
공부도 못했고
남편 잘 못 만나
딸 하나 낳고 이혼해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딸만 보면 머리 터지게 싸운
미운 전남편 생각이 나서
어릴 때부터
구박하며 키웠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장에 보내
돈을 벌어오게 했다
내가 지 때문에
재혼도 안 했으니
당연히
지가 나를 부양해야지
동네여자들이
딸이 불쌍하다고 하다가
나랑 머리 뜯고 싸웠다
딸은 내 잔소리와 구박에
주눅이 들어
남과 눈도 안 마주치고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그게 또 비위에 거슬려
소리치고 욕한다
딸이 25살이 지나니
주제넘은 동네여자가
중매를 해
술집 아들과 결혼하게 되었다
월급 가져오던 딸이 없으니
돈이 없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사위 놈이 벌이가 없어
술집 하는 자기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는
마마보이였다
그걸 핑계로
딸을 집에 끌고 왔다
저런 놈과 이혼하라고
윽박질러 이혼시키고
다시 공장에 보냈다
몇 년 동안은
조용히 돈을 벌어와
살 만했다
그런데 어느 날
딸이 말없이 도망갔다
경상도 어디서
후처로 들어갔단다
거기가 어딘지 모르겠고
다시 끌고 오기도 힘들겠다
이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