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유레카
걱정으로 뒤척이다
살며시 방밖으로 나와
엎드려 자고 있는 내관들을 피해
정자로 향했다
호위무사가
뒤를 따르고 있으나
칼도 품에 지녔다
어두운 정자 기둥에 기대앉으니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자네 아들은
지방관리로 나가 있지?
혼인했나?
응 급제하고 혼인시켜 보내
벌써 손자가 둘이야
박봉이라 어쩌는지 모르겠어
식구들 밥은 먹겠지
딸내미가 있지 않았나?
어릴 때
명민하단 소릴 들었는데
혼인했나?
병을 앓아
수태를 못해
혼인은 안 했어
그 애가 농사를 지어
우리가 먹고살지
나는 하루 종일
좋아하는 책을 읽으니
행복하지
자네 아들은 어쩌고 있어?
아이고
계속 과거에 떨어져
아직 혼인도 못 시켰어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인 모양이다
멀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이를 못 낳고
명민하며
친정이 보잘것없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