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ㅍ

ㅁㅍ의 성찰

by E끌

명품


이번 명품의 성찰은 생일의 성찰, 그 뒷이야기다. "근데 너는 생일선물 뭐 받고 싶어?" 그 질문으로 인해 생각의 파도가 다시 휘몰아친다. 생일에 관해 성찰을 하고 있을 때쯤, 옆에서 "명품 달라그래 명품! 우리가 돈좀 모아서 좋은걸로 사줄까?" 라는 의견이 나왔다. 생각해보면 명품 메이커에 대해 내가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단지 비싸서 라기보다는 내가 이런 유명 브랜드를 입을만한 사람인가. 같은 돈이면 가성비 있는거 여러벌 사서 돌려 입으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대다수였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한창 노스페이스 잠바가 유행했을 당시에도 나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어머니가 우리 아들이 유행에 뒤쳐지면 안된다며 꼭 사야한다고 으름장을 놓곤 하셨다. 지금이야 편집자를 하면서 유행하는 밈이나 음식들을 공부하긴 하는데 이런 활동이 돈이 많이 드는건 아니니까.


학창시절 때는 단순히 비싸서, 라는게 주된 이유였다면 성인이 되고 돈을 벌고 있는 지금은 굳이? 라는게 대부분이긴 하다. 성인이 된 학창시절 친구들이 억눌려왔던 고리가 풀리며 한 사람은 '카푸어' 로 또 다른 사람은

'명품 충동구매'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본인의 위치에 맞는 걸 사는게 중요하구나. 라는걸 크게 느꼈다. 단순히 차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생활의 유지비용'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명품의 구매를 통해 단지 실용성, 희소성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선, 우월감도 같이 샀다면 그 도파민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명품을 구매 할 수 있는 유지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급' 이라고도 이야기하는데 내가 구매할만한 급이 되지 못한다면 그건 자존심이 구겨지거나 가오가 살지 않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유지비용이 내 선에서 감당할 수 없을 뿐이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쯤, 지금의 내 유지비용에 걸맞는 아메리카노와 프레즐이 만들어졌음을 알리는 진동벨이 울렸다.


빨대


시커먼 원두가 너무 써 물을 부어버린 아메리카노, 그 위에 꽃혀 있는 빨대는 또 한 번 성찰을 하기에 충분했다. 심연에 있던 무의식을, 빨대라는 엘리베이터가 끌어 올려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면 보여주고 싶지 않은 주변 배경들이 왜곡되며 점점 현실과 멀어지려 하고 있다. 그 길을 뛰쳐나오다 원치 않았던 곳에 떨어진 나는 용도가 다른 각각의 빨대들이 반겨주고 있다. 그 중,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 빨대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너는 어떻게 보이고 싶어 하는지를. 그녀의 내면에는 무엇을 담고 싶어하는지를...


프레즐


빨대는 난간에 걸터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는 꼭 어른이 되면 프레즐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프레즐도 처음에는 그녀처럼 기다란 원통형이었다고. 그러나 본인의 몸을 휘고, 꼬고 하며 지금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지금의 모양이 나왔다고 한다. 나는 조심스레 휘고 꼬는 과정이 상당히 아플꺼라고 말해주니,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존재가 되려면 그정도는 이겨내야 한다고 씩씩하게 말해주었다. 그후 나는, 빨대가 프레즐이 될 수 없음에도 빨대의 가능성을 가만히 들어주었다. 시작과 끝을 보고 싶다는 그 소망은 단순히 빨대만의 것은 아니었기에 내가 감히 저버릴 수 없었을 것이랴. 그 이야기를 듣고 나온 지금의 내 앞에는 얼음의 도움으로 간신히 자신을 유지하고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빨대의 꿈인 프레즐이 있었다.


프레즐은 만들기 나름이지만. 전체적으로 하트 모양에 원이 2개 있고 가운데 삼각형이 하나 있다.

빨대가 전해준 이야기 속에서 나는 프레즐의 삼각형이고 싶다. 작지만 원와 원을 이어주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형태를 읽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하며 식어버린 프레즐의 밑단부터 크게 한입 베어물며 오늘의 성찰도 여기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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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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