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점심쯤, 건대입구 근처에서 아는 형님과 식사약속이 있어 4호선과 2호선에 몸을 맡기며 도착한 건대입구. 도착하여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압구정로데오 근처에서 근무하는 동생이 합류한다는 소식이 노란 선을 타고 내 눈에 들려왔고 그렇게 오늘의 목적지가 변경되었다. '압구정로데오'
건대입구에서 압구정로데오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건대입구 1번출구에서 4212번 버스를 타고 20분, 씨네시티 앞에서 내려 다시 걸어서 7분. 약 30분 정도만 더가면 되는 거리였지만 성찰의 시간에는 정말 딱 맞는 시간이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마침 오는 4212번 버스에 몸을 실었고, 뒷자리에서 통화하며 시끄럽게 떠드는 아주머니의 수화기 넘어로, 나는 영동대교 북단을 지나고 있었다.
영동대교 북단
창밖을 바라보니 최근 준공한 롯데캐슬리버파크시그니처 가 보였다. 요즘 아파트들의 이름은 왜이리 점점 길어지는지 모르겠다. 분명 작명을 처음 하시는 분이 있었을텐데 어떤 기준에서 작명하시는 걸까? 가까운 미래에 내가 사는 아파트를 소개할때 쯤에는 '저기 보이는' 아파트 살아.로 소개 해야할 일이 머지않겠다싶었다 롯데캐슬리버파크시그니처가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무럭무럭 자란 다른 아파트들을 지나니 곧이어 한강이 보였다.
영동대교
영동대교에 들어섰을때 쯤, 알고 싶지 않았던 뒷자석 아주머니의 통화 볼륨으로 인해 반대편 창가로 도망쳤다. 자리에 다시 앉기가 무섭게 창가 너머로 뚝섬이 보였고, 영동대교 위에서 멀리 보이는 그곳은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할만큼, 잠깐이지만 아름다웠다. 평일이지만 돗자리를 펴고 책을 읽는 사람들, 한적하게 서로의 손을 잡고 미래를 걷고 있는 연인들. 이 빠듯한 세상속 잠깐의 여유가 그들에게 숨통을 트일수 있게 하는 듯 하다. 곧바로 눈을 돌리니 보이는 한강. 하늘과 바다가 만난 수평선이 보였다. 만날 수 없지만 만난 것처럼 보이는 수평선이 그랬다. 내가 태어난 김에 사는건 아니라고, 내가 살아내는 가운데, 나를 통해 누군가 변화되고 바뀔거라고. 비록 나와 그 누군가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 둘은 꼭 닮아있을 꺼라고 그렇게 속삭였다.
압구정 로데오
하차벨을 누르고 4212번 버스는 나를 내뱉고 제 갈길을 가니 나는 어느새 씨네시티앞에 도착했다. 눈앞에 보이는 그 비싸다는 SHAKE SHACK 청담점이 나를 환영해줄때, 나는 비로소 청담동에 왔다는것을 실감했다. 웬만큼 성공하지 못하면 살지 못한다는 청담동을 걸으면서 주위를 열심히 둘러보았다. 그 광경은 마치 서울에 처음 올라온 시골청년 같았다. 주차장에는 발렛파킹을 하시는 분이 항시 대기되어있고 날개가 있거나 동물이 있는 자동차가 약속을 마치고 돌아올 자신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돈이 많으나 적으나 지금처럼 베푸는 삶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나 라는 존재는 얼마나 작은가를, 어느 한 길가에 주차된 날개달린 차를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도산
점심을 먹었던 곳이 도산 분식이라는 곳인데 육회김밥과 육계장 라면이 특히 맛있었다. 한번쯤 먹어보길 바란다. 도산 분식에서 '도산'은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호인 그 도산이라고 한다. 가볍게 점심식사만 하려고 왔다가 시원한 바람이 내 눈 앞을 지나며 본인도 글에 넣어달라고 조르는 이 곳, 물 흐르듯 도착한 도산공원에서 오늘의 성찰이 완성되어져 간다. 항상 이 글의 성찰이 끝날때 쯤에, 독자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던져주면서 끝냈는데 오늘은잠깐의 쉼을 드리려 한다. 영동대교 위에서 바라본 수평선처럼, 만날 수 없지만 글을 통해 만난 독자에게, 말한다.